금리인상 전망 후퇴..李총재 퇴임前 못하나?

연내 금리인상 전망 철회 잇따라
"금리인상 시기 늦어지고, 폭도 줄어들 듯"
4분기 성장률 확인 후 인상 주장도 남아있어
  • 등록 2009-11-12 오후 3:59:34

    수정 2009-11-12 오후 6:18:29

[이데일리 정원석기자]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급속하게 후퇴하고 있다.

이성태 총재가 “지금 상황에서는 저금리 기조를 끌고 가는 것이 가져다 주는 이득이 손실보다는 크다"고 밝히면서 당분간 2.0% 수준인 현재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더 오래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올해 중 금리인상을 점치던 전망은 급속하게 후퇴하고 있다. 이번 달 금통위에서 다음달 인상에 대한 신호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강조돼, 금리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쪽으로 전망이 바뀌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이성태 `총재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환율 하락·낮은 물가·집값 안정..기준금리 인상 의지 꺾였다"

전문가들은 이성태 총재가 ▲최근의 환율 하락 속도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냈고 ▲물가가 상당기간 2.5% 아래에 있을 것으로 전망했고 ▲9월 하순 이후 주택가격 안정세가 통화 당국의 걱정을 덜어줬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한은이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리로 인한 자산 가격 불안`을 이유로 금리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입장에 상당한 변화가 왔다는 것이다. 2,3분기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높아졌음에도, 여전히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강조했다는 점도 금리인상 전망을 후퇴시킨 요인으로 지목됐다.

서철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며 “4분기 이후 경기회복이 둔화되면서 선행지수가 하락세로 전환하고, 성장률 자체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글로벌 경제공조 등이 강조되면서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에게 국내 내수시장 확충을 요구하는 등 환율 하락에 대한 압력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환율 하락에 대한 정부의 경계심리가 팽배한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해 환율 하락 압력을 높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금리인상 시기 늦어진다..이성태 총재 퇴임 전 못 할수도"

이에 따라 당초 예상보다 금리인상 시기와 폭이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당초 이번 달 금리인상을 예상했던 양진모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상보다 금리인상에 대한 의지가 강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경제지표가 계속 호전되더라도 낮은 물가상승률과 주택가격 안정 등을 이유로 머뭇거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1분기까지 기준금리를 3% 수준까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향후 6개월 동안 1%포인트 인상”으로 수정했다.

박혁수 동부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여러가지 제약 조건들로 인해 금리인상 강도 및 시점도 이전보다 더 유연해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1분기말까지의 기준금리 인상 예상폭을 1% 포인트에서 0.5~0.75%포인트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내년 2분기는 돼야 금리인상이 가능하다고 전망한 최석원 파트장은 “글로벌 차원의 위기 수습 과정에서 중앙은행보다는 정부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어느 나라나 다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이성태 총재 임기 중에 기준금리를 못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리 정상화 차원에서 접근할 수도"

다만, 경기회복 기조가 보다 완연해질 경우 한은이 지난 8, 9월 금통위 때 보여줬던 입장을 반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히 남아있다.

임지원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경기회복에 대한 한은의 평가가 계속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11월 산업생산 등이 발표돼서 4분기 경기에 대한 확신이 설 경우 내년 1분기 초에는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재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4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가 나오는 1월 말 이후가 금리인상 시점이 될 것”이라며 “정부 재정 지원 효과가 배제된 통상적인 상황인 4분기 성장률이 괜찮게 나오면 금리인상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기준금리를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철수 애널리스트는 “경기측면이 아니라 위기시 비상국면에서 지나치게 낮췄던 기준금리를 정상화한다는 차원에서 금리인상 명분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며 “정상적인 경기 하강 수준에서 기준금리 2%는 너무 낮다는 논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임지원 이코노미스트도 “현재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려서 3%로 한다고 해도 저금리 기조는 이어지는 것”이라며 “금리인상을 하더라도 금융완화는 지속된다는 점을 의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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