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이웃이 건넨 액체에 '복통' 호소…빙초산 착각 비극

빙초산을 음료수로 착각…음료 마신 이웃 숨져
울산지법 "시력으로 구분 어렵다면 다른 사람에게 확인했어야"
  • 등록 2024-10-25 오전 9:53:41

    수정 2024-10-25 오전 9:53:41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식용 빙초산을 음료수로 착각해 이웃에게 마시게 해 숨지게 한 80대 시각장애인이 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게티이미지)
울산지법 형사4단독 정인영 부장판사는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시각장애 1급인 A씨는 지난해 9월 울산 자택 인근에서 이웃들과 이야기를 하던 중 평소 알고 지내던 70대 B씨와 C씨 목소리가 들리자 집에서 비타민 음료수를 꺼내와 건넸다.

이를 받아마신 두 사람 중 B씨는 이상이 없었으나, C씨는 곧바로 불편함을 호소하며 화장실로 향해 구토했다.

다른 이웃이 C씨가 마셨던 음료수 병을 들고 근처 약국으로 가 물어보니 약사는 “마시면 안 되는 것”이라고 알려줬다.

결국 119구급대가 출동해 C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안타깝게도 치료를 받던 중 C씨는 숨졌다.

조사 결과, 당시 A씨가 건넨 병에는 ‘식용 빙초산’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시각장애인인 A씨가 빙초산을 비타민 음료수로 착각한 것이다.

이후 과실치사 혐의로 열린 재판에서 A씨는 시각장애인으로서 문자를 볼 수 없고, 색깔을 구별할 수도 없으며 눈앞에 움직임이 없으면 사물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과실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음료의 안전성 확인에 소홀했다고 판단했다. 시각장애인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음식물을 건넬 때 독극물은 아닌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시력이 나빠 구분할 수 없다면 주변 사람에게 음료수 병이 맞는지 물어보고 확인했어야 한다고 봤다.

또한 A씨가 두 사람에게 서로 다른 병의 음료를 건넬 당시 병의 촉감이 달라 구별 가능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B씨에게 건넨 비타민 음료수병은 매끈하지만, C씨에게 건넨 빙초산 병은 주름이 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내용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다만,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이 받은 병의 내용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마신 점, 유족들과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나이 등을 참작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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