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미국·중국 간 반도체 패권경쟁의 여파로 SK하이닉스의 중국 장쑤성 우시(無錫) D램 공장 첨단화 계획이 좌초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이석희(사진)
SK하이닉스(000660) 사장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얘기다. 시간은 충분하다“며 시장의 우려를 일축하고 나섰다.
이 사장은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4회 반도체의 날 겸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창립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현재 1A나노미터 D램 양산을 7월에 본사에서 시작했다”라고 이렇게 말했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SK하이닉스가 우시 공장에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미국의 제동으로 무산될 수 있다고 보도했는데, 우시 공장의 EUV전환은 아직은 먼 얘기라는 게 이 사장의 반박인 셈이다.
이 사장은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로부터 5년간 EUV 노광장비를 들여오는 계약에도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현재는 (한국 내 생산시설인) 이천에서만 하기도 바쁘다”며 “계속 들여올 것이다. 충분히 협조하면서 하겠다”고 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올해 2월 총 4조7500억원(약 20대 분량)을 투자해 ASML로부터 5년간 EUV 노광장비 구매 계약을 맺은 바 있다.
EUV공정은 기존 불화아르곤(ArF)의 광원보다 파장의 길이가 짧아 반도체 미세회로 패턴을 구현하는데 유리해 차세대 D램 생산에 도입되는 추세다. SK하이닉스는 한국과 중국에 D램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데, 올해 2월 첨단 공정을 도입한 생산시설인 이천 M16 공장을 완공해 7월부터 10나노급 4세대(1a) D램을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장쑤성 우시에 있는 D램 공장은 사실상 첨단화가 미뤄진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의 군사력 증대에 악용될 수 있다며 첨단장비 반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사전녹화로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가 중국에 첨단장비를 들이는 것은 국가 안보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국가안보라는 것은 군사나 방위와도 관련이 있지만, 그보다 더 광범위해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와 관련해선 “(중국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조·협업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경쟁 당국 기업결합 승인 심사 대상 8개국 중 중국 승인만 남겨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