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人이 쌓은 토성 흔적, 러시아 연해주서 찾았다

  • 등록 2018-10-25 오전 10:22:16

    수정 2018-10-25 오전 10:22:16

스타로레첸스코예 평지성 남벽 절개조사지 전경(사진=문화재청)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러시아 연해주에서 발해인이 쌓은 토성의 흔적을 찾는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8월부터 9월까지 러시아과학원 극동지부 역사학고고학민족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연해주 남서부 라즈돌나야 강가에 자리한 스타로레첸스코예 발해 평지성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스타로레첸스코예 유적은 발해의 지방행정구역 15부 중 솔빈부의 옛 땅에 있는 평지성이다. 서쪽과 북쪽, 동쪽으로 라즈돌나야 강(옛 지명 솔빈강)이 흘러 해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150m 길이의 남벽과 30m 길이의 짧은 서벽이 남아있다. 현재 인근에 흐르는 강 때문에 성 내부 서쪽이 유실되는 등 유적의 원형이 계속 훼손되고 있어 성 남벽과 서편 일대를 중심으로 지난 2017년 7월부터 긴급 조사를 통해 그 현황을 기록 및 보존하고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스타로레첸스코예 유적 성벽의 전체 규모와 축조 방식을 확인했다. 성벽은 강자갈과 점토로 기초를 다진 후 중심부를 사다리꼴(폭 4m 높이 2m)모양으로 판축기법을 사용해 쌓고 다시 흙으로 덧쌓아 축조했다.

중심부는 점토층과 모래층을 번갈아 가며 20겹 정도를 쌓았으며, 판축한 점토층의 윗면에서는 목봉 등으로 다진 흔적을 확인했다. 성벽을 쌓고 나서 유실을 방지하고자 강돌로 윗면을 덮었으며 성벽의 전체 폭은 14m에 이른다. 판축은 판자를 양쪽에 대고 그 사이에 흙을 단단하게 다져 쌓는 건축방식으로, 한성백제의 도성인 서울 풍납토성도 같은 방식으로 축조되었다.

강 때문에 계속 훼손되고 있는 성 내부 서편에서는 강돌을 이용한 지상 구조물의 흔적과 함께 구덩이를 판 후 돌을 쌓아 벽을 축조한 지하식 저장고 등을 확인했다. 저장고 내부에서는 다양한 발해 토기, 동물 뼈, 물고기 뼈와 비늘, 철체 손칼 등 당시 발해인의 생활상을 연구할 수 있는 유물이 다수 나왔다.

이번 저장고에서 출토된 삼족기는 원통형인 다리 세 개가 흑회색 작은 항아리의 편평한 바닥에 부착된 형태다. 삼족기는 발해의 수도였던 상경성(현재 중국 헤이룽장성 닝안시 인근)에서 2점이 출토된 바 있으며 그 중 한 점은 유약을 바른 발해 삼채(三彩)로, 발해 유물 중에선 출토가 드문 토기이다.

유적은 중국 동북지역에서 연해주로 흐르는 강가에 위치하며 다수의 저장용 구덩이(수혈)가 성 내부에서 확인되고 있고 삼족기, 원통형 기대 조각 등 고급기종이 확인되고 있어 조사지역이 발해의 중심부에서 연해주 동해안으로 진출하는데 중요한 물류거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8~10세기 동아시아의 문화강국인 해동성국 발해는 그 옛터가 중국, 러시아, 북한에 흩어져 있어 실물자료를 통한 직접적인 조사가 힘들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06년부터 러시아 연해주 소재 발해유적에 대한 분포현황조사와 발굴조사를 추진하여, 발해의 동북방 중심지로 기능했던 콕샤로프카 유적과 발해의 영역확장을 보여주는 시넬니코보-1 산성 등 다양한 발해유적의 실체를 확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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