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특히 최근 미국과 관계가 불편해진 파키스탄과 교류를 강화해 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의 입지를 좁히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11월 나토군 오폭으로 파키스탄 병사 24명이 숨지자 미국의 사과를 요구하며 아프가니스탄 주둔 나토군의 육상 보급로를 봉쇄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22~23일 이틀간 베이징에서 제18차 중러 총리회담을 갖는 등 러시아의 미국 옥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등으로 국제사회 리더십을 잃은 미국으로서는 ‘중국~남아시아~러시아의 3각파고’에 직면하게 됐다.
◇ 中-인도·미얀마·방글라데시와 ‘4각 경제회랑’ 구축
중국은 남부지방과 미얀마, 방글라데시, 인도를 잇는 ‘경제회랑(economic corridor)’ 건설에 속도를 낸데 이어 파키스탄과 협의를 시작했다.
경제회랑은 도로 등 교통 인프라를 개발해 그 혜택이 주변 산업과 인근 주민 발전에 영향을 주도록 기획하는 것을 뜻한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0일 디푸 모니 방글라데시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중국과 미얀마 등 3개국을 잇는 경제회랑 건설에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곧 방문하는 만모한 싱 인도총리와 국경이나 비자 발급 완화 문제 외에 여러 분야에서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5월 인도를 방문해 “중국과 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 회랑은 서로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며 4개국 경제회랑 건설을 제의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과 미얀마를 잇는 천연가스관이 20일부터 전 노선에 걸쳐 가스 수송을 시작했다.
이 가스관은 미얀마 서부 챠우크퓨에서 출발해 중국 윈난(雲南), 구이저우(貴州)를 통과해 광시(廣西) 구이강(貴港)강까지 이어진다. 가스관 길이는 무려 7676㎞에 달한다.
가스관과 나란히 건설되는 중국-미얀마 석유관도 올해 말에 완공될 예정이다. 4개국 경제회랑의 시발점에서 협력 프로젝트들이 첫발을 내디디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서 미국 ‘밀어내기’ 해석도
중국은 4개국 경제회랑과 별도로 파키스탄과 양국간 경제회랑 건설 협의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파키스탄에서는 이미 정부차원의 태스크포스 팀이 꾸려졌으며 중국과 후속 작업도 마친 상태다.
중국과 파키스탄의 경제협력 강화는 중국의 ‘미국 밀어내기’ 의 하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파키스탄에 근거지를 둔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 탈레반 탄압에 나서면서 파키스탄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리커창-메드베데프, 22~23일 총리회담 개최
러시아도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한 국제공조에 본격 나섰다.
리커창 중국 총리와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이달 22~23일 이틀간 베이징에서 제18차 중·러 총리회담을 갖는다.
화춘잉 대변인은 메드베데프 총리가 리커창 총리 요청에 따라 중국을 공식방문한다며 방중 기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다른 지도자들과 잇따라 회담을 갖는다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중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 열리는 중·러 간 총리회담”이라며 중국은 이번 회담이 중러관계를 한층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고 중러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뒤 양국은 눈에 띄는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어 이번 총리급 회담에서도 적잖은 협력사업이 합의될 가능성이 크다.
<용어설명> 경제회랑(economic corridor): 도로 등 교통 인프라를 개발해 그 혜택이 회랑 주변 산업과 인근 주민 생활 발전에 영향을 주도록 마련한 계획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