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 트러스트앤리스백 효과 없다

  • 등록 2012-09-13 오후 3:25:32

    수정 2012-09-13 오후 3:25:32

[이데일리 양희동·박종오 기자]우리금융그룹이 과도한 주택 대출금 연체이자와 집값 하락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를 위해 약 900억원 규모의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Trust and lease back·신탁 후 임대)’ 제도를 도입키로 한데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떨어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다.

트러스트 앤 리스백은 집주인이 소유권은 갖지만 집을 관리·처분할 수 있는 권한은 은행에 넘기는 방식으로, 3~5년의 신탁기간 동안 대출 이자 대신 월세를 내게 된다. 집 주인은 원금상환 부담과 고금리(16~18%) 연체이자에서 벗어나 일반적인 주택 대출이자 수준인 연 5%의 임대료만 내면 된다. 만약 신탁 기간이 끝날 때까지 대출금을 갚지 못하거나 일정기간 월세가 연체되면 은행은 집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한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우리금융이 정한 대출규모가 900억원에 불과하고 적용 대상도 우리은행 주택담보대출 고객 중 일시상환 원금 및 분할상환 원리금 연체자 또는 1개월 이상 이자 연체자 700명으로 한정돼, 약 150만명으로 추산되는 하우스푸어 대책으론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트러스트 앤 리스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가 수백명에 불과하고, 대출규모도 적어 사실상 은행 연체자들에 대한 건전성 제고 차원의 대책에 불과하다”며 “이번 대책이 상징적인 의미는 있겠지만 차라리 정부가 금리를 낮추는 것이 하우스푸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실장은 “대출 이자가 연체된 일부 아파트 소유자에게는 약간 효과가 있겠지만, 결국 은행이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때를 대비한 수익 다각화 전략 정도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지난 2년 새 집값이 최대 13.9% 내려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진 과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번 대책이 이자 부담만 조금 줄여줄 뿐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하우스푸어 문제는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야만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채근 경기 과천 남경공인 대표는 “과천지역 대형 아파트 가격은 2006년 최고가 대비 반토막이 났다”며 “당시 집 산 사람들은 대출이자 부담에 집값까지 내리니 이제는 빨리 집을 팔고 싶어하는데, 이자 부담 줄여주는 정도로는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 수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출금 때문에 집 내놓고 팔리지 않아 고민 중인 주민들은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것보다 빨리 팔았으면 한다”며 “이 곳 실거주자들은 6~7년 전 시세가 좋고 DTI 규제가 없을 때 집값의 60%이상 대출을 받아 집 산 노년층이 많은데, 이들은 이자를 내는 자체가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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