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로 크던?"
"아이, 그거 보다 훨씬 더 컸어요. 엄마하고는 비교도 안돼요"
"뭐, 그렇게 컸었다고? 그럼 이것보다.... 훨씬.... 더...... 크...."
이솝우화 `개구리와 황소`편을 읽다보면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황소를 흉내내다 배가 터져 죽어버린 엄마 개구리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얘기는 곧잘 자신의 처지는 아랑곳 하지않고 남들을 따라하려는 욕심 많은 이들에 빗대어 회자되곤 하는데요. 자통법과 관련된 최근 금융시장 역시 별반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솔로몬 저축은행이 KGI증권을 인수하면서 촉발된 증권업계 M&A 경쟁으로, 지금 증권업계는 `A회사가 B회사를 인수한다더라`라는 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형국입니다.
매물이 될 것이란 소식에 몇몇 중소형 증권사들은 며칠새 폭등하다가도 이내 이슈가 사그라지면 폭락하기 일쑤고, 관련 CEO들은 연일 해명하기에 급급합니다.
이 모든게 설만 있고 실체는 없는, 사겠다는 사람은 넘쳐나지만 정작 팔겠다는 사람은 없는, 불투명과 불균형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물론 한미FTA 등 금융시장 개방이 눈앞에 닥쳐온 게 현실인만큼, 세계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의 체급은 갖춰야 하겠지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제일 크다하는 축에 속하는 대우증권이나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2조원대에 불과하지만,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같은 글로벌 증권사들은 30조원을 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변명에 타당성을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몸집을 키우는 것만이 정답일까 하는 생각은 지울수가 없습니다. 국내 증권사가 모두 메릴린치가 되고 골드만삭스가 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이 회사는 부동산 관련 자산관리 업무 특화 증권사로 이 분야에선 미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틈새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결과이지요.
물론 자사의 취약부문을 보강하고, 유능한 인력을 충원하는 M&A는 적극 검토돼야 겠지요. 그 와중에 해외진출을 통해 시장을 넓히고, 수익원을 다양화하는 방안 역시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증권주들이 작전주인양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증권사 직원들이 활황장세에도 마음을 놓지못한 채 퇴근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은 과도기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혼란스럽습니다.
글로벌 증권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란 단순히 덩치를 키운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외국계 증권사들이 앞다퉈 한국시장에 진출해 꾸준히 사업 영역을 확대해 왔던 것이 자통법의 부재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결국 선택은 증권사들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