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고용없는 성장`이 두렵다

  • 등록 2003-11-28 오후 5:42:10

    수정 2003-11-28 오후 5:42:10

[edaily 손동영기자] 나라꼴이 말이 아닙니다. 정치권의 싸움박질에 짜증나고, 일할 기회조차 원천봉쇄된 백수들의 하소연이 넘쳐납니다. IMF때보다 경기가 더 나쁘다고도 합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우리 살림살이도 좀 나아질까요. 증권부 손동영 기자는 좀 비관적으로 보고있습니다. 경제계 한 고위인사를 만나 "도대체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을 드린 일이 있습니다. 그 분 말씀 가운데 제 머리속에 깊이 새겨진 건 바로 `고용없는 성장(Growth Without Job)`이었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이렇게 압축적으로 잘 표현한 문장이 있을까하고 감탄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차분히 따져보죠.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은 `수출이 경기회복을 이끌고있는 가운데 내수는 아직 부진하다. 그래도 앞으로 나아질 기미가 뚜렷하다`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가동률이 치솟고 재고는 급격히 줄고, 그래서 설비든 인력이든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필요는 점차 커지고. 이래저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런 지표가 아니라 주변의 현실로 눈을 돌려보면 사정이 다릅니다. 웬만한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입사경쟁률이 늘 수백대일을 넘어서고, 박사학위나 전문 자격증을 여러개 갖고도 취직을 못하는 상황입니다. 청년실업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죠.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는 유행어에서 보듯, 한창 일할 중장년층이 직장에서 밀려나는 현상도 마찬가지로 정도가 심합니다. 외국유학간 자식과 그 자식 밥해주러 간 아내에게 월급을 꼬박꼬박 부쳐주는 기러기아빠는 얼마나 많습니까. 기러기아빠가 과연 얼마나 돈을 쓰겠습니까. 내수가 살아나야한다고 걱정하지만 정작 소비를 해줘야할 사람들이 이렇게 허리띠를 졸라매야할 상황으로 내몰리고있습니다.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중소기업들은 공장돌릴 인력이 없어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러들였고,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몰아낸 지금, "진짜 어렵다"고 고개를 흔듭니다. 또 다른 중소기업인들은 임금이 싼 중국이나 동남아로 공장을 옮기고있습니다. 아예 거기로 근거지를 옮기고있는 거죠. 대기업들이 거대 중국의 매력에 흠뻑 빠진 건 이미 오랜 일이고요. 이렇게 투자를 외국에 하니 국내에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 당연하지않을까요. 그럼 성장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지난 3분기 8%대의 고성장을 기록한 미국 때문에라도 우리가 수출에서 벌어들일 달러는 더 늘어날 듯 합니다. 외국에 투자를 많이 해놓았으니 그 수익 덕분에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주머니는 한결 두둑해질 것입니다. 내년 GDP 성장률 전망이 다양하지만 누구든 올해보단 나아질 걸로 보고요. 장미빛은 아니더라도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품기엔 충분한 여건입니다. 자 여기서 두가지 현상을 조합해보죠. 역시 `고용없는 성장`입니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경제구조에서 국가의 부(富)가 차곡차곡 쌓인다면 어떤 결과가 올까요. 바로 `있는 사람은 좋지만, 없는 사람은 힘든 시대`, `있는 사람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없는 사람이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빠른 시대`, 결국엔 `국민 대다수가 성장의 혜택을 보지못한 채 더 고단하게 살아야하는 시대`가 온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무척이나 어두운 전망이죠. 여기에 매일 싸움질로 날을 지새는 정치권, 온갖 사회적 갈등을 풀지못하고 오히려 더욱 꼬이게 만드는 정부, 그리고 그런 모습을 매일 신문과 방송으로 접하며 스트레스를 쌓아가는 국민.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할까요. 저는 가장 먼저 정부가 `2만달러 시대`처럼 헛된 구호들을 모두 폐기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현실에 뿌리내린, 그래서 누구나 무릎을 치며 공감할 만한 새 화두를 제시해야한다는 거죠. 그 틀안에서 정책을 펼쳐나간다면 부동산 문제든, 금융부채 문제든 나름의 해법을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정권을 쥔 사람들이 현실을 직시할 마음가짐과 눈을 가졌는지인데.. 제가 보기에 그것마저 아직 비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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