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가 마지막 항해에 오른 31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해상에서 희생자 가족 ‘세호 아버지’ 제삼열씨가 이동하는 세월호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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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공동취재단·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31일 오전 5시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전남 진도 서망항에는 굵은 빗방울이 내리고 있었다. 세월호 선체는 참사 1080일 만인 이날 오전 7시 육지로 돌아간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마지막 항해’에 나서는 세월호를 바다에서 뒤따르기 위해 이른 아침 해양수산부의 어업지도선에 탔다. 가족들의 얼굴에는 세월호 선체가 참사 발생 1081일 만에 드디어 뭍으로 간다는 소식에 잠을 제대로 못 잔 듯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가족들은 배에 오른 뒤에 한동안 말 없이 휴식을 취했다. 그러다 오전 6시 50분쯤 가족들의 눈에 세월호 선체를 실은 초대형 반잠수식 선박(화이트마린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미수습자인 안산 단원고 조은화 학생의 어머니 이금희씨와 허다윤 학생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박은미씨는 “많은 분이 함께한 기도와 격려, 관심 때문에 (세월호가) 올라왔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다”며 “배에 있는 9명을 빨리 찾아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는 게 국민들이 약속을 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늘 딸이 꿈에 있다”며 “나라도 배에 올라가서 찾아야 하는데 어떤 방법이 있을 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유가족인 단원고 제세호 학생의 아버지 제삼열씨는 세월호가 이동하는 장면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촬영해 가족들 단체카톡방에 올렸다. 그는 유가족이지만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해 동영상을 찍는 역할을 맡았다.
미수습자인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씨도 세월호를 넋놓고 바라봤다. 유씨는 “남편이 맹골수도 깊은 바닷 속에서 3년 동안 있었다. (남편의) 머리카락 하나라도 결혼반지도 다 찾고 싶다”며 “(미수습자) 9명 가족들이 한마음으로 찾아서 장례도 치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흐르는 눈믈을 연신 훔쳐내며 남편이 있을 세월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그러면서 “국민들이 성원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검은 연기와 커다란 엔진 소리를 뿜어내는 반잠수식 선박은 흰 물결을 뒤로 남기며 평균 시속 18km(10노트)의 속도로 바다를 헤쳐나갔다. 해경 경비정들은 함께 항해하며 주변을 지켰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탄 500t급의 어업지도선은 세월호와 약 400~700m의 거리를 유지하며 우측에서 함께 이동하고 있다.
미수습자 가족들을 태운 어업지도선의 김완제 선장은 “(운항 길이) 섬이 많고 수로가 협소하고 조류가 강한데 특히 반잠수식 선박 주변에 5척의 호위 선박이 있고 중간에 상선도 있을 것”이라며 “충돌 예방과 안전에 운항의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오전 7시 55분쯤 간단한 아침식사를 했다. 가족들의 식사 도중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날 새벽에 구속됐다는 방송 보도가 들렸다.
해수부는 이날 기상상황이 양호해 반잠수식 선박이 현재 속도로 출발지인 동거차도 인근 해역에서 약 105㎞ 떨어진 목적지인 목포신항까지 약 7시간 30분 만에 도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전 7시 출발한 세월호 선체는 이르면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육지에 도착할 전망이다.
| 31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해상에서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 호에 실린 세월호가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을 향한 마지막 항해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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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가 침몰 1080일 만에 마지막 항해에 오른 31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해상에서 미수습자 가족 허다윤양 어머니 박은미(왼쪽)씨와 조은화양 어머니 이금희씨가 해수부 선박을 타고 세월호 선체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화이트마린호)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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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가 목포 신항으로 반잠수식 선박에 실려 ‘마지막 항해’하는 31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서망항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이 명패와 추모 물품을 들고 세월호 이동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인양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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