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으로 2020년 1월 간암을 진단받은 A씨(56세, 남성)는 간경변이 동반돼 간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식만이 간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주치의의 설명을 듣고 부인 B씨는 남편에게 간 기증을 결정했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 간담췌외과 최기홍 교수에게 6월 7일 100번째로 로봇 간절제술을 받은 기증자 B씨는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간이식은 뇌사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해 가족의 간을 기증받는 생체 간이식 비중이 높다. 생체 간이식은 기증자의 오른쪽 간의 60~70%가량 절제해 수혜자에게 이식한다. 생체 간이식의 경우 기증자가 간 일부를 떼어낸 후 합병증 없이 사회에 복귀해야 하기 때문에 뇌사자 간이식보다 고난도 수술이다.
그동안 생체 간이식의 경우 개복수술을 통해 간을 절제했다. 그래서 미혼의 기증자에게 생체 간이식 수술 후 수술 부위에 남을 수 있는 흉터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복강경 기술의 발전으로 복강경을 이용한 기증자 간절제술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은 간 기증자의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수술 후 회복도 빠르다. 하지만 복강경 간절제술은 수술 기구를 다루기 쉽지 않아 경험이 적은 외과의사가 집도하기에 불편함이 크다.
최기홍 교수팀은 2020년 권위 있는 외과학술지 ’Annals of surgery’에 로봇 생체기증자 우간절제술과 개복수술의 비교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출혈량이 로봇수술의 경우 기증자 수술에서 109.8mL로 개복(287.1mL) 비해 유의미하게 적었으며 담도문제 등 주요 합병증 발생 또한 로봇수술과 개복수술에서 차이가 없었다.
한편 세브란스병원은 2005년 7월 로봇 수술을 도입한 이후 세계 최초로 단일기관 30,000례 이상의 로봇 수술을 달성했다. 단순 임상 성과 뿐아니라 꾸준한 학술연구를 통해 600여편의 논문 발표, 매년 ‘live surgery’ 심포지엄 개최 등 전세계 로봇수술 영역의 표준을 제시하며 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