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무섭고 강력..기업 받을 충격 헤아려달라"

경총·상의 등 30개 경제단체 '입법중단' 공동성명 발표
"벌금·개인처벌·행정제재·징벌적 손해배상 등 4중제재"
산업안전정책 기조..사후처벌에서 사전예방 전환 시급
"개정 산안법 평가 거친 후 중대재해법 필요성 논의해야"
  • 등록 2020-12-16 오전 11:14:34

    수정 2020-12-16 오전 11:14:34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경제계가 국회에서 입법 추진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에 대해 “헌법과 형법을 크게 위배하면서까지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대해 가혹한 중벌을 부과하려는 중대재해법의 제정에 반대하며 입법추진은 중단돼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사후처벌’에서 ‘사전예방’으로 산업안전 정책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30개 경제단체·업종별 협회는 16일 프레스센터에서 이같은 내용의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용근(사진 왼쪽에서 4번째)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재정에 대한 경제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중대재해법안은 모든 사망사고 결과에 대해 인과관계 증명도 없이 필연적으로 경영책임자와 원청에게 책임과 중벌을 부과하는 법으로서, 이는 관리범위를 벗어난 불가능한 것에 책임을 묻는 것과 같다”며 “사실상 과실범에 대해 2~5년 이상을 하한형으로 징역형을 부과하고, 3~5배 이상의 징벌적 손해배상책임까지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동 법안은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형법상의 ‘책임주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도 중대하게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대재해법안은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에는 없는 형사처벌까지 담고 있고, 이에 더해 기업에 대한 벌금 외에 경영책임자 개인처벌, 영업정지·작업중지 등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4중 제재를 부과하고 있어 그야말로 세계 최고수준의 처벌법안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계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산업안전정책의 기조를 현행 ‘사후처벌 위주’에서 ‘사전예방 정책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보다 시급한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다른 나라보다 미흡한 수준에 있는 산재예방정책을 대폭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670여개의 획일적이고 방만한 정부의 산업안전보건규칙도 업종과 산업현장 특성에 적합하도록 전면 재정비해야 하며, 경영책임자와 현장안전책임자 간, 원청과 하청 간의 역할과 관리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적정한 책임소재를 정립하는 것도 우선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안전행정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방안과 근로감독관이 아닌 별도의 산업안전전문요원 운영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민간컨설팅과 민간교육기관을 강화하는 등 범국가적인 안전보건 인프라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도 기존의 규제와 처벌위주 산업안전정책에서 탈피해 인력충원, 시설개선, 신기술 도입 등 안전관리에 적극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제혜택, 자금지원 등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고, 민관 협동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제계는 중대재해법이 산재예방 효과보다는 기업들의 투자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만약 중대재해법이 제정된다면 기업들의 CEO와 원청이 아무리 최선을 다해 산업안전보건활동을 하더라도 언제, 어떻게 중형에 처해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떨칠 수 없으며, 오히려 과감하고 적극적인 산업안전 투자와 활동을 하는데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산업안전에 대한 인력과 투자에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들은 처벌위험에 상시 노출돼 이에 따른 우려와 부담감을 떨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계는 “사망사고 발생 시 형량을 가중시킬 수 있는 개정 산안법이 올해부터 적용돼 시행 초기인 점을 감안해서 향후 몇 년간은 산안법에 따른 평가를 거친 후에 중대재해법의 제정 필요성 여부를 중장기적으로 논의해 나가는 것이 합당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또한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기업들이 역대 최대의 경제·고용위기 극복에 전력투구하고 있음에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 특고 고용보험법 등이 무더기로 통과돼 규제 쓰나미로 크게 상심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중대재해법까지 입법된다면 우리 기업들이 받는 충격과 좌절감은 어느 정도일지 정부와 국회도 십분 헤아려주시기 바란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우리 기업과 기업인들은 수천 가지의 죄목 앞에 살얼음 판을 걷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무섭고 강력한 중대재해법이 정치적 고려만으로 단기간에 입법화된다면 그 부담을 고스란히 안게 되는 우리 기업과 기업인들은 어떡하란 말이냐”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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