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이미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져 가계에 충격을 줄 우려가 있는 수도권 일부 지역의 대출에 대해 긴급 현황파악에 나선 상태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LTV를 넘어선 ‘위험대출’ 규모를 44조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1일 시중은행 수석 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가계부채 대책을 논의했다고 1일 밝혔다.
◇ 가계부채 연착륙 위한 ‘고육책’..“당장 LTV가 문제되는 건 아니다”
|
예컨대 지방에서 3억원짜리 집을 장만했을 때 LTV를 적용받아 1억8000만원을 대출받았을 경우 현재 집값이 2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면 LTV한도가 1억5000만원으로 하락한다. 이때 1억8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을 뺀 3000만원은 만기연장이 이뤄지지 않고 바로 상환해야 하지만 이를 0.5% 정도의 가산금리만 붙여 신용대출로 바꿔주겠다는 얘기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은행들의 평균 LTV는 48.5%로 서울과 수도권에 적용되는 기준치 50%를 밑돌고 있다. 그러나 LTV 한도를 초과한 대출잔액은 지난 3월 현재 44조원으로 절대금액만을 따지면 적지 않은 수준이라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은행들이 한도초과분을 회수하게 되면 부동산 경기침체와 가계부실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울 주변 신도시와 인천, 용인, 분당,과천 등의 LTV가 급격히 올랐다”며 “은행들은 이들 지역의 LTV 실태를 긴급히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이번 대책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묘수가 없는 상황에서 임시방편적 성격이 짙다.
그 배경엔 집값 하락→LTV 상승→만기 상환부담→주택 헐값처분→집값 추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한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만기가 돌아온 주택담보대출은 은행 지점에서 재량으로 연장해주거나 일부 상환을 받는 등의 방식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LTV가 계속 상승하자 본점 차원에서위험관리를 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게 당국과 은행의 판단인 듯 하다. 김양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은 “집값이 더 떨어질 경우 LTV가 문제될 수 있다”며 “가계부실 연착륙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논의했다”고 전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대출자 입장에서는 뭉칫돈을 일시에 상환하는 것보다 신용대출전환이 좀 더 유리할 수 있지만 고름이 살로 바뀌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문가들도 LTV초과분을 신용대출로 전환해줄 경우 만기상환 위험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출자에게 조금이라도 빚을 갚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신용대출전환 방식보다는 (LTV초과분에 대해) 원리금분할상환 방식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Loan To Value ratio)=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때 주택가격의 일정비율만큼 대출한도를 정하는 지표로 현재 서울과 수도권은 50%, 지방은 60%가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LTV가 60%라면 시가 2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제시할 경우 최대 1억2000만원까지만 대출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