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지내는 중견 회사원 김 차장은 4년째 같은 휴대폰을 쓰고 있어서 요즘 부쩍 신형 휴대폰에 관심이 많습니다. 오랫동안 구형 휴대폰을 써왔기 때문에 이번에 바꿀 때는 좋은 것으로 사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애플이 아이폰을 미국에서 출시한다는 소식을 접한 김 차장은 한국에 아이폰이 출시될 때까지 핸드폰을 바꾸지 말고 기다릴까 고민중입니다. 내로라 하는 유명 MP3를 마다하고 아이팟을 골랐던 김 차장은 "보조금만 준다면 아이폰을 살텐데"라며 애플의 차기작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경험상 비싼 만큼의 효용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장 조사업체 IDC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아이폰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폰을 사겠다는 사람은 10%에 불과했습니다. 50%는 아이폰을 살지 망설이고 있는 부동층인 셈인데, 아이폰이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를 경우 잠재 구매층은 실제 매장에서 소비자가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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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 아이팟을 능가하는 히트작이 되려면 이 50%가 지갑을 열도록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매장으로 이끌 유인은 과연 무엇일까요?
아이팟의 성공 사례를 돌아보죠. 사실 아이팟이 이처럼 성공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습니다.
가격부터 기능까지 업계는 반신반의 했지만 막상 출시가 되자 시장은 아이팟에 열광했습니다. 싼 가격에, 합법적으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음악을 골라 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신개념 기기는 새로운 유행을 넘어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아이폰의 경우 4기가 499달러(약 46만원)와 8기가 599달러(약 56만원)에 달하는 적지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마니아층 `아이포니악(iPhoniac)`이 생겨 출시전부터 장사진을 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니아층을 넘어 새로운 유행을 창출하는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일단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좋습니다. `터치스크린` 기능에다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디자인의 아이폰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월터 모스버그 전자제품 전문 칼럼니스트는 `아름다운 포켓용 컴퓨터(simply beautiful handheld computer)`라고 호평했습니다.
기능에 대한 평가도 괜찮습니다. 유튜브의 동영상 1만여 개를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웹 상의 지도 서비스보다 더 뛰어난 지역단위 기반 지도 서비스 구글맵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배터리 기능도 한 번 충전에 통화시간 8시간, 인터넷 사용시간 6시간, 대기시간 10일로 예상보다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이팟을 산다는 것은 단지 음악을 듣기 위해 첨단 디지털 기기를 구매하는 것외에 시대의 유행에 동참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아이폰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시선을 모으는 것도 시대의 흐름에 걸맞기 때문입니다. 흐름을 선도하는 기능과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어서 이것이 먹혀들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아이폰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어떨까요.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휴대폰을 싫어한다고 말한다"며 "아이폰을 사용한 사람이면 누구나 아이폰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오뚝이 잡스의 자신감이 이번에도 맞아떨어질지, 성패 여부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어떻게 내려질지 더욱 궁금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