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유전"을 둘러싼 또 다른 전쟁

  • 등록 2002-11-12 오후 5:43:54

    수정 2002-11-12 오후 5:43:54

[edaily 전설리기자]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전투가 진행되고 있다. 바로 이라크의 정권이 교체될 경우 이라크의 거대한 유전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사실 이라크의 산유량은 너무 적은 수준이어서 전쟁이 발발하고 이라크가 원유를 전혀 생산할 수 없게 돼도 다른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림으로써 부족분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라크는 산유량은 적지만 원유 보유량은 1120억배럴에 달해 2640억배럴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중 두번째로 많다. 따라서 지금은 잠자고 있는 이라크 유전개발사업은 거대한 수익을 창출할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벌써 많은 나라들이 이라크의 유전개발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1997년 러시아가 서쿠르나유전 개발과 관련해 계약을 맺은 바 있으며 중국과 프랑스 석유 관련 업체들도 이라크 유전개발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 유전개발사업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석유 관련 업체들은 이라크와 계약을 맺는 것이 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에서 미군이 승리해 이라크에 주둔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의 마크 플레너리 애널리스트는 "5만명의 미군이 이라크에 주둔하게 된다면 미국 석유관련업체들은 이라크 유전개발사업에서 거래를 따내는데 있어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것이 석유 때문"이라는 설도 나돌고 있다. 공교롭게도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부시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미국 석유업체의 임원으로 재직했었다는 점이 이같은 논리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석유업체의 최고경영자(CEO)였으며 딕 체니 부통령도 정유 서비스 및 시공업체인 할리버튼의 최고경영자(CEO)였다. 곤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쉐브론의 이사를 역임했었다.

그렇다고 미국 석유업체들이 샴페인을 준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라크는 국수주의적인 측면이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미군이 주둔하고 석유개발사업을 앗아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UN결의안을 거부할 것을 권고한 이라크 의회는 정권이 교체되면 모든 석유관련 계약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라크 유전 개발이 활발해지면 OPEC도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이 늘어나면 유가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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