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미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중국에 맞서기 위해 필리핀, 일본 등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미국이 ‘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뜻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중국 해안경비선으로부터 물대포를 맞는 필리핀 보급선(사진=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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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일(현지시간) 미국-일본-필리핀 정상회담을 통해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공격적 행동’에 대해 경고할 것이라고 7일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미-필리핀 상호방위조약이 남중국해에 있는 시에라마드레함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존 아퀼리노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도 최근 추이톈카이 전 주미 중국대사 등에게 유사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필리핀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를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1990년대 중국이 스프래틀리군도 주변 암초에 군사시설을 짓자 필리핀은 군함 시에라마드레함을 일부러 좌초시켜 이를 저지했다. 현재 필리핀은 시에라마드레함을 시멘트 등으로 고착시킨 후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데 중국은 시에라마드레함으로 향하는 보급선에 물대포를 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이 시에라마드레에 미-필리핀 상호방위조약을 적용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미국이 이 분쟁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중국은 확전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중국은 전술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심각한 후폭풍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마셜재단의 보니 글레이저는 “중국이 필리핀 선박이나 군대를 직접 공격한다면 미국은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미·중 간 중대한 정치적 위기가 뒤따를 것이고 최악의 경우엔 군사적 갈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면서도 남중국해 문제를 논의했다. 미국은 또한 7일엔 사상 처음으로 필리핀·일본·호주와 함께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서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이처럼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팽창주의를 경계하는 건 이 지역이 미국에도 지정학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데니스 와일더는 중국이 시에라마드레함을 제거하고 자국 군사시설을 건설하고 싶어한다며 “필리핀과 보다 더 가까운 기지는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유권을 확고히 하고 대만해협 분쟁 시 필리핀 영토에서 활동하는 미군에 대항할 전투 작전을 위한 (중국의) 전진 기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의 당사국이 아니면서도 계속 이 문제에 개입해 중국과 필리핀 사이 해양 분쟁을 조장하고 중국을 허위로 비난해 역내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