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한국형 제시카법' 공개…성범죄자 거주지 '지정'한다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법' 26일 입법예고 예정
학교 근방 거리제한 대신 ‘국가 운영 시설’로 거주지 지정
'성충동 약물치료' 청구 의무화…제도시행후 재범률 1.3%
한동훈 "약탈적 고위험 성범죄자 강력 처벌, 철저 관리"
  • 등록 2023-10-24 오후 2:30:00

    수정 2023-10-24 오후 2:30:00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법무부가 출소한 고위험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제한하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의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거주지를 지정해 특정 지역에 성범죄자가 몰리는 현상을 방지하고, 약물치료를 확대해 재범을 더욱 강력하게 억제한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형 제시카법’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안 설명 그래픽 (사진=법무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법’ 입법예고안을 직접 브리핑하며 “약탈적 고위험 성범죄자들을 더욱 강력하게 처벌하고,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효과를 자신했다. 내년 한 장관 총선 출마설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 성패는 성공적인 정계 진출 여부를 결정짓는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당초 법무부는 올해 상반기 내 한국형 제시카법을 마련한단 계획이었지만, 미국의 원래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면 교육시설이 빽빽한 서울에서 살지 못하게 된 성범죄자가 지방에 몰릴 수 있다는 ‘지방 차별법’ 논란이 불거지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춘 제도 개선 방안을 고민했다.

이에 법무부는 유치원·학교 등 일정 시설로부터 거리 기준을 둬 거주제한을 적용하는 방식 대신 ‘국가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거주지를 지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구체적으로 검사는 출소를 앞두고 있거나 전자감독 집행 중인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해 ‘거주지 제한명령’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검사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타당성을 검토한 뒤 거주지 제한명령을 부과할 수 있으며, 이때 거주지는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시설이어야 한다.

한동훈 장관은 “거주지 제한 때문에 실질적으로 거주할 곳이 없어진 고위험 성범죄자들은 노숙자로 전락해 오히려 재범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며 “거주지 제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국가의 관리를 강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거주지 제한명령 대상은 13세 미만인 아동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거나, 3회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전자감독 대상자 중 1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 기준에 따라 앞으로 거주지 제한 검토가 필요한 인원은 총 325명이다.
‘한국형 제시카법’ 고위험 성범죄자 약물치료 확대안 설명 그래픽 (사진=법무부)
법무부는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 제한과 더불어 과도한 성충동을 조절하는 ‘성충동 약물치료’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제도 시행 후 성충동약물치료를 받은 75명 중 재범자는 단 1명(1.3%)에 불과하다. 반대로 약물치료 청구가 기각된 자 중 10%가 2년 내 재범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약물치료의 재범 억제 효과는 검증된 상황이다.

한 장관은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한 성충동 약물치료는 반드시 필요한데도 그간 활용이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재 기소 단계에서 검사의 재량으로 되어있는 약물치료 진단·청구를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의무화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성충동 약물치료를 선고받지 않고 수형 중인 자에 대해서도 보호관찰소장이 성충동 약물치료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 여부를 확인한 후 약물 치료를 추가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대상자의 재범방지를 위해 일대일 전담보호관찰, 심리치료, 원호지원, 지역사회 협의체 구성, 멘토링 프로그램 등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법무부는 오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법률안을 마련, 입법 절차를 거쳐 신속히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한 장관은 “향후에도 고위험 성폭력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발굴하고 관련 법제 정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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