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이 이르면 24일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재도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군 당국으로부터 군사적 효용성도 없는 것으로 평가된 위성을 단 3개월 만에 다시 쏘아올리는 배경에는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9·9절)을 앞두고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24일 0시부터 3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22일 밝혔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새벽 인공위성 발사에 따른 위험수역으로 북한 남서쪽 황해 해상 두 곳과 필리핀 동쪽 태평양 해상 한 곳을 설정했다.
북한이 일본에 위성발사 계획을 통보한 것은 일본이 국제해사기구(IMO) 총회 결의서에 따른 전세계항행경보제도(WWNWS)상 한국과 북한이 속한 지역의 항행구역 조정국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5월 1차 군사정찰위성 발사 전에도 일본 측에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했었다.
당시 북한은 5월 31일 0시부터 6월 11일 0시 사이에 정찰위성을 발사한다고 통보한 뒤 예고 기간 첫날에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로켓 ‘천리마 1형’을 발사했다. 이번에도 기상 조건이 양호할 경우 예고 기간 초반에 발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 정찰위성 발사 땐 로켓의 비정상적 비행으로 서해상에 추락했었다. 당시 북한은 발사 후 약 2시간 30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하면서 “천리마 1형에 도입된 신형발동기 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데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 해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간석지 피해복구 현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흰색 상의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팔을 걷어붙인 채 허벅지까지 이르는 물에 잠긴 논에 직접 들어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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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후 발사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 로켓 엔진 결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을 집중적으로 실시해온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이 7월부터 발사체 신뢰도 검증을 위해 엔진 연소시험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북한이 정찰위성을 3개월 만에 다시 발사하는 것은 ‘조급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위성 선진국이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문제 원인 분석 등으로 1년여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짧은 시간 내에 엔진 결함 문제를 해결했다는데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4월 ‘광명성 3호’를 실은 로켓 ‘은하 3호’의 발사 실패 때는 8개월여 뒤 추가 발사에 나서 궤도 안착에 성공한바 있다.
북한이 재발사에 성공한다 해도 군사정찰위성으로서 효용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지난 5월 서해에 추락한 위성체 ‘만리경 1호’의 주요 부분을 인양해 미국과 공동조사한 결과 매우 조악한 수준으로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번 정찰위성 재발사는 다음 달 9일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을 앞두고 경제난과 자연재해 등으로 축적된 내부 불만을 누그러트리기 위한 성과 차원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실제로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침수 피해 지역을 찾은 자리에서 김덕훈 내각총리를 거친 언어로 비판했다. 또 “당 중앙의 호소에 호흡을 맞출 줄 모르는 정치적 미숙아들, 지적 저능아들, 책무에 불성실한 자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김덕훈 총리뿐만 아니라 간부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