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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 협상은 몇몇 대리인을 통해 이뤄졌다. 국민의힘에서 밝힌 채널은 성일종-인명진, 이철규-신재현, 윤상현-신재현, 장제원-이태규까지 총 4개였다. 그중에서도 마지막까지 가동했던 장제원-이태규 라인은 각 후보의 전권을 부여받은 상태였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둘은 윤 후보의 오전 회견 직전 밤샘 협상을 통해 최종 합의를 만들어낸 인물들이다.
그러나 새해 선대본부 개편 이후 2선 용퇴했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협상 실무자였다는 사실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윤 후보는 “안 후보와 장 의원의 매형이 과거 카이스트 교수로 인연을 맺은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어서 서로 의사 전달하기 편하지 않았나 생각했다”며 “안 후보도 이쪽에서 장 의원을 협의 채널로 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신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안 후보 배우자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의 개인적인 인연을 밝히기도 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협상 초기 물꼬를 튼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의 뒤를 이어 총대를 매고 다음 단계를 진행시켰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이 안 후보 측 전권 대리인이 이 본부장이라는 확인을 받은 사람도 최 위원장이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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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지난 27일 오전 9시 영주에서 유세가 예정돼 있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20분 전인 오전 8시 40분 후보의 이날 일정 취소를 공지했다. 그로부터 한 시간께 뒤 후보가 직접 진행하는 기자회견의 일시와 장소가 공개됐다. 윤 후보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정이었다.
선대본부의 한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갖고 기다리던 윤 후보가 이 본부장으로부터 최종 무산 통보를 받고는 굉장히 당혹스러워 했다”며 “안 후보의 의중을 알 수 없어 최대한 여러 루트로 협상을 시작했고, 직접 소통이 어려워 대리인을 세웠지만 그마저도 되지 않았다. 집으로 찾아간다고 하니 지방으로 미리 출발하니 뭘 더 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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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까지 남은 날이 한 자릿수로 돌입한 시점에서 양당의 협상 재개 가능성은 더 희박해지는 모양새다.
윤 후보는 회견에서 “지금이라도 안 후보께서 시간과 장소를 정해주신다면 제가 지방에 가는 중이라도 언제든 차를 돌려 직접 찾아뵙고 안 후보와 흉금을 터놓고 얘기를 나누고 싶다. 안 후보의 화답을 기다리겠다”고 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당 내부에서는 여론전에 돌입하는 절차라고 해석하고 있다. 선대본부 핵심 관계자는 “안 후보도 이제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 압력을 느끼셔야 하는 거 아니냐”며 “본인이 말한 대의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안 후보가 깨닫고 단일화에 참여하라는 취지”라고 했다.
안 후보는 협상 당사자였던 이 본부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 후보 기자회견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힘에서 공개한 협상 일지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본부장은 “협상은 기본적으로 후보 두 분의 회동이 이뤄져서 단일화의 원칙과 비전, 방법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지면 거기 맞춰 실무진이 나서 절충에 들어가면서 협상이 시작된다”며 “전 윤 후보의 생각을 듣고 안 후보가 최종 결정을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