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硏 "동맥경화, 혈관 내부 뿐 아니라 외벽까지도 악화시킨다"

동맥경화의 혈관 외벽 악화 사실 최초 규명…혈관 외벽 변화로 동맥경화 예측·치료법 기대
  • 등록 2019-08-21 오후 12:00:00

    수정 2019-08-21 오후 12:00:0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동맥경화가 혈관 내부 뿐만 아니라 혈관 외벽까지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비선형광학현미경으로 이미징한 혈관의 모습들. 화학적인 염색을 하지 않고도 혈관을 구성하는 다양한 조직들을 구별할 수 있다. 지방(밝은 노란색 또는 빨간색), 콜라겐(보라색), 엘라스틴(녹색).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KRISS 나노바이오측정센터 김세화 책임연구원팀은 동맥경화의 진행에 따라 혈관주변지방조직(PVAT)이 갈색화, 비규칙적 응집 및 섬유화되는 메커니즘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활용하면 혈관 외벽의 변화를 통해 혈관 내부의 상태를 예측하는 신개념 진단 기술로도 발전시킬 수 있다.

대표적 심혈관 질환인 동맥경화는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혈관이 50% 이상 좁아져야 인지하기 시작한다. 동맥경화는 심근경색, 뇌졸중처럼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맥경화는 혈관 안쪽의 변화로 시작된다. 이에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혈관 내부에 집중돼 있었고 상대적으로 바깥쪽인 혈관 외벽에 대한 이해는 제한적이었다. 지방세포, 면역세포, 섬유세포 등으로 이뤄진 혈관 외벽은 해부학적인 관찰이 어려운데다 혈관을 기계적으로 지탱하는 지지대 정도로 여겨져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최근 혈관주변지방조직이 건강한 혈관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가설이 학계에 제안되며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혈관주변지방조직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에 의해 내분비적 시스템으로 작용하는 역할일 뿐 혈관 외벽과 동맥경화의 직접적인 관계는 밝혀지지 못했다.

혈관주변지방조직은 정해진 형태가 없어 흐물흐물한데다 지방이 주된 성분이라 관찰에 필수적인 화학적 염색 처리가 어렵다. 심지어 혈관 내부의 실험을 위해 이 부위는 잘려 버려지기도 했다.

KRISS 김세화 책임연구원팀은 비선형광학현미경을 이용해 기존의 화학염색법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혈관주변지방조직 고유의 3차원 이미징을 획득·분석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그 결과 혈관을 구성하는 지방, 콜라겐, 엘라스틴 등을 화학적 처리 없이 많은 정보가 유지된 상태로 정밀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을 통해 동맥경화의 심화 정도에 따라 혈관 외벽도 함께 변화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발병 초기에는 혈관주변지방조직이 갈색지방으로 변하고 에너지의 소모를 높여 동맥경화로부터 혈관을 보호한다. 하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동맥경화가 진행된 혈관 안쪽 부위와 인접한 혈관주변지방조직이 악화돼 기능을 상실했다.

연구팀은 형질전환성장인자-베타(TGF-β)가 관여해 혈관주변지방조직의 섬유화를 유도하고 규칙적인 지방의 배열을 깬 것을 혈관 외벽 악화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KRISS 김세화 책임연구원은 “혈관 외벽이 단순 지지대 역할에서 벗어나 혈관 내부의 질병까지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해석된다”며 “혈관 외벽의 변화를 통해 혈관 내부 상태를 평가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혈관주변지방조직의 질병 관련 메커니즘을 활용한 신약 및 치료방법 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8월 19일(현지 시각)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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