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안전사고 불안한 울산 석유화학공단

8일 SK케미칼·후성 사고로 9명 사상자
올해에만 폭발·화재사고 16건
경찰 수사본부 사고 경위·원인 조사중
  • 등록 2014-05-09 오후 4:12:35

    수정 2014-05-09 오후 4:16:26

8일 울산시 남구의 유화공장인 후성에서 LNG(액화천연가스) 가열버너가 폭발해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보일러 파편이 공장 바닥에 흩어져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세월호 참사로 안전불감증에 도마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울산 석유화학공단에서 또 안전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8일 울산 석유화학공단에서는 가스 폭발과 폭발과 질식사고로 하루 만에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6시27분께 남구 매암동 후성에서 LNG(액화천연가스) 가열버너 수리작업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직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회사 측은 가열버너 안에 있던 LNG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리 후 LNG 가스 연료통의 가스를 제대로 비우지 않고 무리하게 재가동을 시도하다가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행히 불산 등 유독물질의 누출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후성은 국내 최대 규모의 불산 취급업체다. 지난해 5월에도 에어컨 냉매가스인 프레온가스 누출사고를 일으켰고, 2012년에는 삼불화질소 충전소에 불이 나 삼불화질소 30~40㎏이 누출되는 등 사고가 이어졌던 곳이다.

같은 날 오후 6시34분께는 남구 황성동 SK케미칼(006120) 울산공장의 위험물 저장탱크에서 청소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3명이 질식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 직후 중태로 알려졌던 이들은 현재 의식을 되찾았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탱크 청소와 부식 방지 코팅작업을 하던 중에 사고를 당했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울산고용노동지청과 경찰은 탱크 안에서 발생한 금속 세정제인 염화 메틸렌 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직후 남부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50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차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울산고용노동지청,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두 기업의 사고 경위와 원인을 조사한 뒤 업무상 과실치사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가 드러나면 회사 안전책임자를 처벌할 방침이다.

울산고용노동지청은 9일 사고가 난 후성의 불산 제조 공장과 SK케미칼의 위험물 저장탱크에 대해 각각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후성에 대해서는 공장 안전진단 명령도 내렸다.

울산지역의 석유화학공단에서는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4일에는 에쓰오일(S-OIL(010950)) 온산공장 원유저장탱크에서 유출사고가 발생해 사흘간 13만5000배럴의 원유가 유출됐으며, 지난 2월25일에는 남구 부곡동 이수화학 울산공장에서 불화수소 혼합물 누출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울산시소방본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최근까지 울산지역 석유화학공단에서는 197건의 폭발·화재사고가 발생해 48명(사망 5명·부상 43명)의 사상자가 났다. 특히 올해 들어 현재까지 16건의 사고가 발생했으며, 2명이 사망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잇따른 안전사고와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시민들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울산시민연대는 “국내 최대규모의 유화단지의 잇따른 사고는 안전에 대한 불안을 넘어 공포로 다가온다”며 “안전에 드는 비용을 외면하는 기업,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명목으로 각종규제를 풀어주고 있는 울산시의 행정이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울산 석유화학공단이 30여 년을 넘어서면서 노후설비로 사고 위험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화학공단의 설비실태조사와 개선 및 교체를 위한 관리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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