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 걱정마"-박승총재(상보)

카드사 대손충당금 올해 50~60%면 충분
성장률 5%이상 돼도 금리인상 단정할 수 없어
  • 등록 2003-12-16 오후 2:58:06

    수정 2003-12-16 오후 2:58:06

[edaily 이학선기자]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부동산시장에서 거품 충격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인 카드사 문제는 내년 하반기부터 흑자경영이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총재는 이날 서울외신기자클럽이 주최하는 오찬 기자회견에서 "신용카드 문제는 지난 3년 동안 급팽창했고, 1년 반동안 수습국면을 보이는 모습"이라면서 "카드사 전체로 볼 때 내년 대손충당금 소요액은 올해의 50~60%면 충분하며 내년 상반기까지 카드사 적자가 지속되겠지만, 하반기부터는 흑자경영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간소비도 카드부실 문제와 직결돼있다"면서 "상반기 중 민간소비는 매우 느리게 회복되고, 연 평균 3% 정도 회복세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총재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땅값 상승률은 전국 평균 10%내외이고, 특수지역이라 해도 평균 20~30%에 불과하다"면서 "약간의 땅값 상승으로 금융불안이 유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버블 충격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경기회복이 물가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금리인상을 검토할 것"이라면서 "다만 내년 하반기 성장률이 5% 이상으로 회복된다고 해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환율의 경우, 내년 경상수지는 60억달러로 올해의 절반 수준이 예상된다"면서 "이에 따라 원화 강세요인이 올해보다는 반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총재는 이어 "전체적으로 환율안정을 유지하는 게 올해보다는 더 쉬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 총재와의 일문일답. -남북경협 중요성 얘기를 했는데, 자금조달을 어떤 식으로 할 수 있는지 말해달라. ▲남북경협에 있어 자금조달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개성이나 북한지역에 우리 기업들이 마음놓고 공장을 세워 생산할 수 있도록 남북 정부간 합의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 이것만 된다면 거기에 소요되는 자금에는 아무런 걱정이 없다. 한 마디로 말해 한국의 경제력은 그런 펀딩(자금조달)을 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민간기업들은 북한에 기업을 지을 여건만 되면 자체적으로 투자할 의사를 갖고 있다. 정부도 북한에 가서 사회간접자본을 도와줄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 -KIC에 대한 입장은. ▲KIC설립 필요에 대한 여러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금융허브를 만드는데 꼭 필요하다면 한은이 그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한은의 관심은 한은의 외환보유액이 어떻게 활용되느냐 등 설립 후 그 방법에 관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약 1500억달러 수준이다. 어느 때든지 국제수지는 흑자에서 적자로, 적자에서 흑자로 될 수 있다. 한은이 넉넉한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함부로 써버리면, IMF 외환위기 같은 경우가 닥치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세계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외환보유액의 운용은 정치나 권력으로부터 중립적이어야 한다. 이 때문에 모든 나라에서 외환보유액을 중앙은행이 맡고 있다. 따라서 KIC는 운용자금은 외환보유고의 형태로 운용돼야 한다. -신용카드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카드사의 부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현재 연체율은 약 12%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대환대출을 포함하면 실제 연체율은 이보다 더 높다. 한은은 이러한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 카드 부실이 표면화된 것은 1년 전부터다. 내년부터는 이 문제가 정리되기 시작, 하반기부터는 카드사들은 흑자경영이 가능할 것이다. 일부 카드사들은 지난 10월부터 흑자경영이 시작되고 있다.카드사 전체로 볼 때 내년 대손충당금 소요액은 올해의 50~60%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한다. 신용카드 문제는 3년동안 급팽창했고, 1년 반동안 수습국면을 보이는 모습이 될 것이다. -현재 한국이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에 있어 부동산 인플레 문제가 일본과 같은 버블 충격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국과 일본은 다르다. 한국은 땅값 상승률은 전국평균 10% 내외다. 특수지역이라고 해도 평균 20~30%에 불과하다. 지금으로부터 5년전 땅값의 절대수준에 도달한 데 불과하다. 현재와 같은 약간의 땅값 상승은 금융불안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일본과 같이 디플레 걱정을 해본 적이 없고, 현재도 전혀 우려의 대상이 아니다. -민간 소비 회복 여부는. ▲카드 부실문제는 민간소비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올해 민간소비는 마이너스 1%다. 카드부실 문제와 직결돼있는 것이다. 카드채 문제가 내년부터는 해결되기 시작, 상반기까지 적자가 지속되겠지만 하반기부터는 회복된다. 이런 흐름을 따라 민간소비도 진행될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민간소비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연 평균 3%민간소비 증가에 그칠 것이다. 과거 한국의 민간소비 증가율은 통상적으로 7% 내외다. 내년 경제성장률을 5.1%로 잡은 것은 민간소비 3%증가를 전제로 하고 있다. 만약 민간소비가 이보다 더 높아진다면 경제성장률은 더 늘어날 것이다. -내년 환율은 어떻게 될 지 전망해달라. ▲환율은 외환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내년 한국의 국제수지를 보면 60억달러 경상수지 흑자로 올해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따라서 국제수지 면에서는 원화 강세의 힘이 크지 않을 것이다. 주식시장으로 자금유입되는 부분은 조금 더 두고 봐야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환율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올해보다는 더 쉬울 것이다. -금리 전망에 대해 말해달라. ▲ 경기회복으로 물가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금리인상을 검토하는 단계에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상황이 구체적으로 전개된다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경기회복 시점을 언제로 봐야하는가, 5%이상으로 상승하면 그 때쯤인가. ▲단정할 수 없다. 성장률이 5%이상 회복됐다 하더라도 물가, 실업률, 경기 이외의 요인 등에 따라 결론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 내년 하반기에 경제가 5%이상으로 회복된다고 해도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한은이 보유한 외환보유액 중 비달러화 자산 운용이 늘어났는지, 당분간 그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인지. ▲외화자산이 어떤 식으로 운용되고 있는지 정확한 숫자를 말하기는 곤란하다. 다만 화폐 가치 변화에 의해 운용 구성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화폐가치 변화를 급격하게 따라가지는 않는다. -디노미네이션 가능성은. ▲많은 나라에서 디노미네이션을 하고 있다. 화폐제도 선진화를 위해 검토될 과제는 3가지다. 고액권 발행, 위조지폐 방지, 디노미네이션 문제다. 이러한 문제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꽤 복잡하다. 또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하는 것이다. 다만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한은은 언제든지 3가지를 선택적으로든, 종합적으로든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장기적 과제로서 설정, 연구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는 결정된 바는 없다. 이것은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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