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현정 인턴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6월 여성의 낙태권을 확립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이후 미승인 낙태약의 온라인 거래가 활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州) 당국의 규제를 피해 처방전 없이 낙태약을 구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다.
| 낙태약 판매 사이트 ‘메드사이드24(Medside24)닷컴’. (사진=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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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두 달 동안 온라인상에서 낙태약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낙태약을 판매하는 사이트 수십 개가 새롭게 개설됐으며, 이 중 상당수가 미승인 약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웹사이트는 미 식품의약국(FDA) 규제 회피를 이유로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자는 물론 약의 유통과정, 제조국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낙태약을 사기 위해선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데 일부 주에서는 낙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온라인 낙태약 판매처는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의료시설에서 낙태 수술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낙태약 수요가 2배로 늘었다”며 “이를 감당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에서 제조된 약을 들여온다”고 밝혔다.
FDA의 공식 승인을 받은 낙태약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두 가지뿐이지만, 웹사이트에서는 이외의 미승인 약들도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한 웹사이트는 인도 제약회사 ‘시플라’(Cipla)가 2015년 제조를 중단한 낙태약도 판매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FDA 측은 이 같은 미승인 낙태약을 함부로 복용하면 여성 건강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비 카포비안코 FDA 대변인은 “규제를 우회한 약물은 오염 또는 위조됐을 위험이 크다”며 “특히 온라인 배송이 지연돼 복용 시기를 놓치면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사이트는 수요 증가에 따라 낙태약 가격을 올리고 있다. WSJ에 따르면 웹사이트에서 낙태약 한 팩은 현재 평균 500달러(약 67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FDA가 승인한 낙태약의 가격은 최소 40달러(약 5만원)에서 최대 600달러(약 80만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