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VS 대웅제약 보톡스 진흙탕 싸움

"훔쳐가지 않고는 염기서열 일치 불가능"
"해외 진출 방해 의도 의심스럽다"
  • 등록 2016-11-07 오전 11:20:15

    수정 2016-11-07 오전 11:20:15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주름 개선 같은 미용성형이나 두통, 근육강직, 요실금, 다한증 등의 질병치료에 쓰이는 보툴리눔 톡신(일명 보톡스)의 균주를 두고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인 메디톡스(086900)가 균의 염기서열을 공개하면서 후발주자인 대웅제약(069620)이 자사의 균주를 훔친 게 아니냐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고 대웅제약은 ‘해외진출을 방해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로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디톡스는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자사의 보톡스 균주의 370만개 염기서열을 공개하며 보톡스 균주를 처음 발견한 미국 위스콘신대의 홀(Hall) 균주와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보톡스 균주는 지리적인 편향성이 있어 어느 지역에서 발견하느냐에 따라 전체 염기서열이 다르다. 메디톡스 측에 따르면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인 ‘진뱅크(Genebank)’에 따르면 대웅제약이 ‘홀’이라는 이름으로 등록한 보톡스 균주의 염기서열 중 독소와 관련된 염기서열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100% 같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보톡스 균주를 자연계에서 직접 발견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에 마구간에서 균을 분리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톡스 균주는 생물학적 무기로 쓰일 수 있어 국가 간 이동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정 대표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국가 간 이동 금지 규정이 없던 1970년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연구 목적으로 보톡스 균주를 국내에 가져왔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에 “균주를 누가, 어떤 방법으로 발견해 획득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자체 개발한 균주의 염기서열을 공개하라는 것은 대웅제약의 해외진출을 방해하기 위한 의도”라며 “전세계 규제기관 어느 누구도 균주의 기원을 문제삼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종욱 대웅제약 부회장은 “자체 개발한 균주의 염기서열을 공개하는 것은 기업의 비밀을 공개하라는 것과 다름 없다”며 “부당한 요구와 음해작업이 지속되면 법적 대응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톡스를 만드는 전세계 8곳 중 3곳이 국내 회사다. 전세계적으로는 미국의 앨러간이 1위(74%)이고 프랑스의 입센(15%), 독일의 멀츠(7%)가 2,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메디톡신이 40%대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휴젤이 2위, 앨러간과 대웅제약이 뒤를 잇고 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미국 임상3상시험을 끝마치고 내년 초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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