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년 전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어땠나보니…

해외 공관의 층별 용도와 공관원의 일상까지
공문서 첫 발견
1층엔 고종황제에 예드린 정당·지하엔 당구대도
102년 만에 되찾은 공관
복원 거쳐 2016년 일반에 공개
  • 등록 2014-06-27 오후 5:00:53

    수정 2014-06-27 오후 5:00:53

주미대한제국공사관(사진=국외소재문화재단).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1875년부터 1900년 사이에 세워진 고색창연한 가옥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내 역사지구인 로건서클을 걷다 보면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미국 백악관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이 유서깊은 지역에도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있다. 로건서클 15번지에 있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3층 건물이다. 우아한 창문 장식에 우뚝 솟은 굴뚝이 고풍스럽다.

바로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이다. 대한제국 시절 외교관들이 1889년 입주해 외교 업무를 했던 장소다. 고종황제가 1891년 때 2만 5000달러를 주고 샀다. 조선의 자주 외교와 독립 정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다. 얼마안 돼 비극이 닥쳤다. 공사관 건물은 1910년 한·일합병 때 주미일본대사 우치다 고사이에게 단돈 5달러에 팔렸다가 미국인에게 10달러에 넘겨졌다. 이를 2012년 우리 정부가 소유주인 티모시 젠킨스 부부에게서 350만 달러에 다시 사들였다. 102년 만에 되찾게 된 셈이다. 이곳의 관리를 맡은 국외소재문화재단은 2016년까지 복원을 마치고 일반에 건물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박정양 초대 주미조선공사를 비롯해 이상재, 이완용, 이하영, 이채연 등 신료들은 정초와 보름, 한 달에 두 번 임금이 있는 궁궐 쪽으로 절을 하고 예를 올리는 망궐례를 행했다. 쉬는 시간에는 당구도 쳤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응접실. 소파에 놓인 쿠션의 태극 문양이 뚜렷하다. 바닥에는 호랑이 가죽이 깔려 있다(사진=헌팅턴라이브러리)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가 발견됐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을 수리하기 위해 작성된 견적서인 주미공관중수명세서와 공사관 집기 목록인 주미공관수리후유물기 원본을 최근 찾으면서다. 두 문서는 국외소재문화재단(이하 재단)이 공사관 복원 및 층별 전시계획을 세우다 발견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이 소장하고 있는 공관의 공문서를 묶은 책인 주미내거안을 검토하는 과정에 나왔다. 대한제국 해외 공관의 층별 용도와 공관원의 일상까지 담긴 문서를 발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문서를 보면 1층에는 고종황제 어진(초상화)을 모시고 태극기들을 둔 ‘정당’(正堂)이라는 공간이 있었다. 재단 활용홍보실 한종수 한국사 문학박사는 “고종황제에 예를 올리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2층은 공사의 방과 서재와 사무실로, 3층은 공시직원들 숙소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에는 당구실과 식료품저장고 등이 갖춰져 있었다. 현재까지 공사관 2~3층은 사진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층별 용도를 알 수 없었으나, 이번 문서 발견을 통해 구체적인 용도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재단 오수동 사무총장은 “이들 자료를 바탕으로 원형에 충실하게 복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6년 하반기까지 복원을 마치고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을 수리 및 보수하기 위해 작성된 견적서인 ‘주미공관중수명세서’(사진=국외소재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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