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발 묶인 30·40대, 주식 사기는 커녕 내다 판다

개인투자자, 작년 496만명..7년만에 감소
30·40대 주식투자자 감소 뚜렷
'대출 갚고 전셋값 올려 주느라 주식 판다'
  • 등록 2013-07-22 오후 4:24:41

    수정 2013-07-22 오후 4:24:41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30대 중반의 금융지주회사 K 과장은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전셋값 1억원을 올려 달라는 말을 듣고 한창 고민이다. 이전처럼 대출을 받아 올려 주자니 최근 금리가 꿈틀대고 있어 마뜩잖다. 결국 얼마 되지 않으나 그마저 손실을 내고 있는 주식을 팔아 치울까 생각중이다”

30·40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떠나고 있다. 호황기 빚을 내 산 아파트 대출 원리금 상환에 더해 집은 없더라도 치솟는 전셋값에 끌어올 재원이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주식 계좌에 손을 대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투자자는 496만1000명으로 2011년 523만3000명보다 27만2000명, 5.2% 줄었다. 외국인과 기관 등 법인주식투자자를 합한 전체 주식투자자가 26만8000명이 줄어들었다. 외국인과 기관 등은 증가했는데 개인투자자만 주식시장을 떠났다는 의미다.

개인투자자 숫자가 줄어들기는 지난 2005년 이후 무려 7년만이다. 개인투자자의 절반을 차지하던 30대와 40대 주식투자자의 증시 이탈이 확연하다.

30·40대 개인투자자는 금융위기가 터졌던 지난 2008년에만 해도 전체 개인투자자의 57.1%에 달했다. 금융위기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드는 한편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자 이들의 비중은 눈에 띄기 줄기 시작했다.

2010년 52.1%로 절반을 넘겼지만 2011년에는 48.4%로 절반 아래로 내려 왔고, 지난해에도 45.4%까지 낮아졌다. 특히 2008년 당시 30대 후반이었던 현재의 40대 초중반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2011년 14.3%에서 지난해 13.2%로 급격히 줄었다.

아파트 값 하락은 그칠 줄 모르는 반면 전셋값은 치솟는 부동산 시장 변화가 미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현재의 40대 초중반은 대표적으로 경제 호황기 끝물에 아파트 구매 대열에 합류했다가 부동산 값 하락에 대출 원리금 상환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 사지 않았던 이들은 물론이고 그 아래 세대는 2년 마다 치솟는 전셋값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다.

실제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월 이후 올초까지 증시에서 빠져 나간 가계자금만 70조원에 달하고 있다. 30·40대를 필두로 주택 부담에 시달리는 개인들 상당수가 주식을 처분하고 나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주식시장에서 30·40대는 가장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는 개인투자자로 평가된다. 결국 증시 입장에서는 기관 및 외국인과 함께 수급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개인투자자라는 수급 주체가 허물어지고 있는 셈이다. 개인투자자의 빈 자리는 외국인이 채웠는데 올들어 증시는 외국인의 매매방향에 따라 급격히 출렁이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가계자금은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주택 가격이 횡보 또는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낼 때 증시로 유입됐다”며 “부동산 가격이 안정된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주식시장도 매수 기반을 보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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