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조용만기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14일 전경련 강연을 통해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지난 5년간의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기업·금융·공공부문에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들이 남아있다며 이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문제점에 대한 노 당선자의 이같은 인식은 새 정부에서 진행될 개혁작업의 타깃과, 이에 대한 해법의 실마리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 당선자는 우선 대기업집단과 재벌의 구태가 여전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노 당선자는 "외형을 부풀리고 지배력을 부당하게 행사하는 대기업들의 건전하지 못한 행태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쓸만한 기업들은 거의 4대 재벌로 편입됐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지나친 경제력 집중이 사회통합과 계층통합을 해치고 있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국민들은 아직도 세금없는 대물림 관행이 일반화돼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땀흘리지 않고 쉽사리 부를 이전하고 축적하는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인 풍토는 빠른 시일내에 불식돼야 한다"고 말해 재벌총수 일가의 경영권 및 부(富) 세습문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민영화된 공기업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일갈했다. 노 당선자는 "공기업도 민간기업처럼 경쟁을 통해 효율을 높야 한다고 점에서 민영화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제한뒤 "그렇지만 민영화된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기획당시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잘 설계되어 있는지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기업 민영화가 민영화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얘기가 있지만 지배구조까지 잘 개선시켜 공기업을 민영화한다면 최상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해 향후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지분문제뿐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이 과제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노 당선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 "CEO가 전체 주주의 권익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일부 지배주주나 최고경영진들의 사사로운 이익을 좇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 노조의 눈치만 살피는 경우도 있다"며 일부 최고경영자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정부소유라면 공익적 필요가 있을 때 적절히 규제할 수 있으나 민영화를 하고 나니까 규제수단만 없어졌다는 평가도 있다"면서 "지배구조를 감안하지 않은 무분별한 민영화는 오히려 새로운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윤리경영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 당선자는 "민영화된 공기업 중에는 세계적 대기업도 있고 세계 수준의 기업에는 그에 걸맞는 높은 수준의 윤리경영이 요구된다"면서 "최근 기업을 평가하는 데에서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것이 새로운 추세"라고 전했다.
그는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요인 중에서 브랜드 가치와 CEO가치는 매우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현재 주요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임원추천위원회는 높은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성을 임원 인선의 중요한 기준의 하나로 삼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과정에서 "기관투자가들은 주주총회에서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인가를 소신것 검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선자는 "이것이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이며 추천위원과 주주로서의 소임을 제대로 이행하는 행동이 될 것"이라며 "이 원리는 민영화된 공기업뿐 아니라 모든 민간기업에도 적용되어야 할 일반원리"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경영투명성에 대해서는 `대폭 개선됐다`는 국내의 자체 평가와는 달리 외국 투자자들은 `여전히 미흡하고 미진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당선자는 "분식회계 허위공시 주가조작과 같은 명백한 불법행위가 아직 남아있다"면서 "얼마전 국내 펀드매너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다수가 증권분야 집단소송제 도입에 찬성했다는 것은 반추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노 당선자는 2001년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이 200%미만인 상장회사가 전체 상장사의 42%나 돼 기업의 수익성이 여전히 낮고 잠재부실기업이 많다고 지적, 지속적인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과의 기술격차도 갈수록 좁혀져 자동차는 4년후, 반도체는 5년후 우리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며, 미래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설비투자의 경우 GDP대비 10%수준에 머물러 경제위기 이전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