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법원의 ‘항소 기각’ 결정은 메디톡스에 유리했던 ITC의 최종 판결(대웅제약 21개월 미국 수입금지)을 무효로 만들 조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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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최종판결 → 항소 → 3자 합의
먼저 논쟁의 발단은 이렇다. 작년 말 ITC는 “자사 보톡스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며 메디톡스(086900)가 대웅제약(069620)을 상대로 제소한 사건의 최종판결에서 대웅제약 보톡스 나보타의 미국 수입을 21개월간 금지했다. ITC 판결은 법원 판결과 동일한 강제성을 지닌다. 이에 대웅제약은 “결과가 부당하다”, 메디톡스는 “처벌이 약하다”고 각각 항소했다.
이후 메디톡스가 본인의 미국 파트너사 애브비,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미용 목적 판권)와 3자 합의를 진행하면서 소송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메디톡스는 에볼루스로부터 11년9개월간 로열티를 받는 대신 ITC에 ‘21개월 수입금지’ 명령을 철회해달라고 함께 요청하기로 했다. ITC가 요청을 받아들였고 에볼루스는 나보타 판매를 재개했다.
ITC 명령이 철회된 후 대웅제약은 ‘항소 기각’을 신청했다. 항소 근거인 ITC의 명령이 철회됐으니 항소를 진행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앞선 사례들을 감안한 결정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ITC 판결 후 당사자들의 합의 →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 기각 신청 → 이를 근거로 ITC에 판결 무효화 요청의 절차를 밟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이때 ITC 판결 무효화 요청은 대부분 받아들여졌다는 전언이다.
다만 대웅제약은 이 절차에 역순으로 접근했다. 먼저 ITC에 판결 무효화를 신청해 “항소 기각을 받아오라”는 답변을 얻었다. 대웅제약은 “ITC가 조건부 승인을 해줬다”, 메디톡스는 “신청을 기각했다”고 해석한 대목이다. 이후 대웅제약은 항소법원에 항소 기각을 신청했고 현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항소 기각이 받아들여지면 앞선 절차에 따라 ITC 판결도 무효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웅제약 측의 주장이다. 메디톡스는 기각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이후 항소법원이 대웅제약·ITC·메디톡스에 항소 기각에 대해 물었고 대웅제약과 ITC는 찬성, 메디톡스는 반대 의견을 냈다. 대웅제약 측은 “ITC의 이번 공식 발표는 오류가 많았던 기존 결정 무효화를 사실상 지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항소 기각 이뤄지는 기준은
그렇다면 항소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항소 기각을 결정할까. 외교부 관료 출신인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항소법원에서는 당사자 간 합의가 있고 불법이 명백하며 충분한 배상이 이뤄졌다고 판단될 경우 당사자 간 합의가 잘 이행되는지만 보겠다고 항소 기각을 받아들인다”면서 “반면 당사자 간 합의가 불완전하거나 배상이 충분하지 않는 등 앞선 조건이 하나라도 미흡하면 항소법원에서 우리가 판례를 형성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판결을 계속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ITC 판결 무효화 여부는 향후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갈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먼저 ITC 판결 무효화시 소송 당사자들은 이 결정 내용을 미국 내 다른 재판에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메디톡스는 지난 17일 대웅제약과 대웅제약의 또 다른 미국 파트너사 이온바이오파마(치료 목적 판권)에 대해 비슷한 사유로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으로선 경영활동 제약을 빠르게 없앨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불법행위를 했다는 이미지를 없애고 행정조치를 없앰으로써 향후 수출 등에서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항소 기각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ITC 판결 무효화가 무산돼도 양사의 다툼이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유리해졌다고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 송기호 변호사는 “항소 기각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대웅제약이 불리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법원이 판결을 진행해 ITC 판결이 뒤집할 가능성이 있다. 대웅제약 입장에서는 이때 법원이 명시한 사유를 다른 소송에서 유리하게 쓸 수 있다”고 전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도 “항소 기각이 받아들여질 경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모두 자사에 유리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