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사측이 일방적으로 임금체계를 바꾸는 행위는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노동계 적폐청산의 신호탄”이라며 법원의 판단을 환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 권혁중)는 지난 18일 한국노총 금융노조 주택도시보증공사 지부가 회사를 상대로 노조의 동의 없이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무효라는 취지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해 5월 취업규칙을 개정해 기존의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은 사측이 취업규칙을 바꿔서 기존 근로조건 내용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바뀔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취업규칙 개정으로 (노동자들이 받는 전체) 임금 총액이 기존 급여체계에 비해 증가했다고 하더라도 개인에 따라 (성과 등급에 따른) 유불리의 결과가 달라지게 됐다”며 “하위 평가를 받는 노동자는 기존 임금이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 개정에 해당하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시했다. 일부에 그치더라도 임금이 저하되는 근로자는 취업규칙 개정으로 인해 불이익을 보게 되므로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다만 재판부는 취업규칙 변경으로 정신적 손해를 봤다며 위자료 100만원씩을 요구한 원고의 청구는 기각했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노동계 적폐청산의 신호탄으로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단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