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와 총수지분은 "정비례 관계"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실태가 드러났다.
이정희 민노당 의원, 66사 대상 첫 분석
매출액 절반이상 계열사에서 해결 `입증`
"일감 몰아주기·주식양도차익 중과 추진"
  • 등록 2011-05-24 오후 3:58:22

    수정 2011-05-25 오전 6:54:27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실태가 드러났다.

재벌총수 일가의 지분이 높은 계열사일수록 '일감 몰아주기' 비율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총수일가의 지분이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계열사 관련매출도 줄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24일 '38개 재벌기업집단 일감 몰아주기 실태 보고서'라는 제하의 자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외부감사 대상 계열사의 10년여 간 일감 몰아주기 실태를 업종별로 정리한 자료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상호출자제한 38개 기업집단 중 지배주주 지분확인이 가능한 66개 기업의 11년간(2000~2010) 거래관계를 분석한 내용이다. 일감 몰아주기가 빈번한 부동산임대업, 운송·무역업, 시스템통합 등 전산, 광고업 등 4개 업종만을 대상으로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총수일가는 평균 44%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했으며 전체 매출액 중 57%를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충당했다. 66개 기업 중 계열사와 거래가 없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특히 총수일가 지분이 높아질수록 계열사 매출비율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이 적으면 계열사 매출비율도 적었다. 총수일가 지분이 50%이상인 기업의 계열사 매출비율은 66%였고, 지분이 50%미만인 기업은 52%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총수일가 지분이 100%인 두산(000150)그룹의 동현엔지니어링, 태광산업(003240)그룹의 티알엠, GS(078930)그룹의 코스모앤컴페니는 계열사 매출비율이 각각 82%, 95%, 90%로 나타난 반면,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의 한무쇼핑, 코오롱그룹의 코오롱아이넷(022520), 대림그룹의 삼호(001880)는 총수 일가 지분이 4.58%, 0.73%, 0.02%로 적었고 계열사 매출비율도 2.1%, 0.7%, 8.9%에 불과했다.

총수일가 지분이 줄어들자 계열사 매출도 감소했다. 지분을 줄인 20개 중 18개 기업의 계열사 매출비율이 낮아졌다. SK(003600)그룹의 리얼네트워크아시아퍼시픽의 총수일가 지분은 2006년 전량 매도됐는데 그 이전 90%였던 계열사 매출비율이 10%대로 급감했다.

이 의원은 "총수일가 지분이 적으면 일감 몰아주기 동기가 사라진다는 것이 통계로 드러났다"며 "계열사와의 매출거래가 높은 이유에는 정상적인 거래 외에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한 부분도 존재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가 가장 빈번한 기업은 삼성그룹, 현대차(005380)그룹, SK그룹, LG(003550)그룹, 롯데그룹 등 상위 5위 기업집단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기업집단에서도 일감 몰아주기 형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게 이정희 의원의 설명이다.

이번 조사에선 외감기업이 아닌 기업은 실태조사에서 제외됐지만 비(非)외감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한진(002320)그룹은 계열사인 유니컨버스의 총수일가 지분이 70%에 이르고 계열사 매출비율이 99%에 가까워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가 성행하고 있다.

한편 이 의원은 계열사와의 매출액 비중이 일정규모를 넘는 기업은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또 상속증여세, 법인세 과세방법도 모색중이다.

이 의원은 "일감 몰아주기는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로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될 수 있지만 명확한 세액을 계산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법적 해석외에 입법적인 조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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