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의 고공행진과 더불어 기름값 논란이 장기화되면서 정부와 정유업계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지난 1월 기름값을 잡겠다며 야심차게 출범한 정부의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팀은 70여일 가까이 논의했지만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 말 발표할 예정이었던 유가 안정책은 이달 중순, 이달 말에 이어 다음달 초로 세 차례 연기됐다. "내가 회계사"라면서 기름값 원가를 직접 계산해볼 것이라고 큰 소리 쳤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도 "정부는 뭐하고 있냐"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TF 출범 전부터 정부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정유업계도 속이 타들어가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내달 예정된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가시방석이다.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유가 속에 제 잇속만 챙긴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질까 걱정이다.
◇ 석유가격TF 발표 또 연기.."뾰족한 대책 없다" 당초 30일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던 석유가격 TF의 유가안정 대책 발표는 다음달로 또 미뤄졌다.
지경부 관계자는 "그간의 연구 내용에 대해 최종 정리하는 단계"라면서도 "이번주에는 발표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유산업이 자연과점(natural monopoly)적 시장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며 덤벼들었지만, 막상 딱 떨어지는 묘안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정유사가 제출한 회계장부만으로 정유사 가격결정 구조의 문제점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가격비대칭성 문제(국제유가가 오를 땐 석유제품 가격이 빨리 오르고 유가가 내려갈 때는 천천히 내린다는 것)도 기간 설정에 따라 결과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정유사 브랜드 없이 싼 기름을 구매해 파는 자가폴(무폴)주유소를 확대하거나 대형마트 주유소를 활성화시켜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대책이 고작이다. 이런 대책으로 가격이 당장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경부 관계자는 "정부가 정유사를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되물으며 "대부분의 대책이 인센티브를 제공해 정유사를 유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방에 석유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말했다.
◇ 정유업계, 달갑지 않은 사상최대 실적
기름값 고공행진 비난 여론의 중심에 있는 정유업계는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끙끙 앓고 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 정정 불안에 따른 고유가 사태 장기화와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역내 수요 급증이 겹치면서 기록적인 실적을 견인했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인 7500억~8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국제유가가 140달러대까지 상승했던 지난 2008년 3분기의 7330억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호실적이 반갑지만은 않다. 가뜩이나 기름값 논란으로 정부와 여론의 눈총이 따가운데 기록적인 호실적으로 가격인하 압박과 비판 여론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1분기 정유 뿐만 아니라 화학, 윤활유 사업도 모두 호조를 보였다"면서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여론의 향방이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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