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월가 용어의 변천

  • 등록 2003-10-06 오후 4:26:39

    수정 2003-10-06 오후 4:26:39

[edaily 전미영기자] 권위있는 출판사 웹스터에서 금융투자사전을 펴냈습니다. 웹스터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이 사전에 지난 3년 6개월에 걸친 증시 침체와 기업 스캔들, 정보통신(IT) 산업의 거품 붕괴가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요. "월가 용어"의 변화된 면모도 관심거리입니다. 국제부 전미영 기자가 전합니다. 미국 주식시장의 나스닥지수가 정점을 쳤던 지난 2000년 3월과 지금, 미국 금융시장 안팎의 변화는 말 그대로 뽕밭이 바다가 된 양상에 비유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세계의 성장엔진이라 불렸던 미국은 리세션을 겪은 뒤 최근에야 간신히 조금씩 기력을 되찾고 있습니다. 미국식 자본주의와 기업윤리는 더 이상 세계의 표준으로 통용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웹스터의 금융투자사전엔 21세기 초입의 이 같은 변모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습니다. 출판연도가 5년 정도 경과한 다른 금융사전에선 찾아볼 수 없는 많은 단어들이 수록된 것은 물론 기존 단어의 뜻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풀이한 사례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신조어로 "엔로니티스"(Enronitis)를 들 수 있습니다. 분식회계 파문이 확산되면서 결국 파산으로 몰린 엔론 사의 회계 스캔들에서 파생된 이 단어는 "엔론과 같은"(Enron as it is)을 축약한 말이죠. 엔론처럼 재무구조가 부실하거나 변칙회계 의혹에 휩싸인 기업이나 그 현상을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국내에서 크게 비난을 받았던 동계올림픽 금메달 파문의 주인공 오노에서 유래한 "오노스럽다"와 유사한 단어 구조라 할 수 있겠지요. 와이파이(Wi-Fi), 디지털 저작권 침해, 사바네스-옥슬리 법안 등도 최근 발간된 금융투자사전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말이죠. 사전에 인용된 인물들도 그렇습니다. 스콧 설리번 전 월드컴 최고재무책임자(CFO), 잭 그룹먼 전 스미스바니 통신 애널리스트, 엘리엇 스피처 뉴욕검찰총장 등도 이삼년 전이었다면 사전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을 테죠. 세월의 변화와 함께 뜻 풀이가 완전히 바뀐 금융 단어도 있습니다. 일본의 4대 증권사를 가리키는 말이었던 "빅4"(big four)가 지금은 아서앤더슨의 붕괴 이후 남아 있는 4대 회계 업체를 지칭하는 단어가 됐습니다. 이번에 나온 웹스터 금융투자사전의 가장 큰 특징은 지금까지는 금융투자 용어로 분류되지 않았던 단어들을 대거 포함시켰다는 점입니다. severance(단절)를 "해고된 피고용자에 대한 기업의 지불금"이란 풀이와 함께 금융용어의 식구로 끌어와 실업 한파 시대의 단면을 강조했고 sham(속임, 사기꾼)은 "투자자를 속이기 위한 거래 행위"로 범위를 한정해 재정의하면서 각종 거래에 sham이 만연해 있음을 꼬집었습니다. 월가를 보는 시선에서도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극도로 공격적인 투자 스타일을 가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gunsliger(권총을 가진 사람)로 정의하고 있고 "주식을 비롯한 투자자산의 가치 등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되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들 스스로는 중요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지 않고 있는 것"은 noise(소음)로 풀이했습니다. Chinese Wall(만리장성)을 통해선 "은행의 투자은행 업무과 리서치간에 반드시 존재해야할 분리선. 그러나 이 장벽에 틈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웹스터 금융투자사전이 학자들에게 적합한 사전적 정의보다는 시사적이고 구체적인 뜻풀이에 비중을 뒀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사전이 개판될 때는 어떤 단어들이 새로 등장하고 기존 단어들의 뜻은 또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궁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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