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업종 가운데 회생 절차에 돌입한 기업이 나오고 있지만 회생을 신청한 전체 건수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다만 파산을 신청한 법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자 회생절차를 통해 기업을 살리는 대신 아예 파산을 선택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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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회생 줄었지만…파산신청 역대 최대
24일 법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법인회생(회생합의 사건) 신청은 총 74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 829건보다 10.49% 감소했다. 월별로는 코로나19 영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3월과 6월, 9월에 지난해 같은 달보다 많았으나 다른 달에는 오히려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파산을 신청한 법인은 지난해보다 증가하면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3년 이후 누적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1월부터 10월까지 접수된 법인파산 신청은 총 879건으로 전년 동기(769건)보다 14.30% 증가했다. 월별로도 4월과 10월을 제외하면 모든 달에서 지난해보다 파산신청 건수가 늘어났다.
이처럼 회생신청이 감소하는 대신 파산신청이 급증한 것을 두고, 경기 침체 장기화로 회생신청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아예 문을 닫는 쪽을 선택한 기업이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파산신청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코로나19 여파에 계속기업가치를 상실한 법인들이 마지막 선택지로 파산신청을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를 평가해 계속기업가치가 더 클 때 회생절차를 진행한다. 현 상황이 일시적이고 계속기업가치가 더 크면 회생절차를 통해 채무를 갚아나가며 재기를 도모하면 되지만, 아예 회생 가능성이 없어 기업을 청산하는 경우가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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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이전보다 회생이 더 어려워진 점도 파산신청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회생절차를 밟던 기업 가운데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새 주인을 찾지 못한 곳이 나타나기도 했다. 청춘 페스티벌 등으로 알려진 강연업체 ‘마이크임팩트’는 인수해가기로 한 기업이 코로나19로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인수대금을 치르지 못해 손바뀜이 결국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파산이나 회생을 선택하는 기업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지원 정책에 기대서 연명하고 있지만 대출 만기 연장이나 일시적인 재정 지원으로는 불황을 오래 견디기 어려운 만큼 법원을 찾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한번 파산하면 돌이키기 어려운 제조업 기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직은 버티는 기업이 있겠지만 회복 전망이 불투명하고 버틸 수 있는 여력이 바닥나면 앞으로 파산신청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제조업은 유보금 등이 있어 서비스업보다는 버티는 기업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상황이 길어지면 결국 파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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