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2시께 서울 신촌 일대에서 만난 20대 젊은이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갑다”며 일단 환영했다. 대학생 김영훈(20)씨는 “남북간 현실적인 문제를 차분히 논의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며 “정기 회담으로 이어지도록 남북간 신뢰를 쌓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연세대 2학년 조근주(21ㆍ여)씨는 “회담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큰 일을 벌이는 게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학생운동의 명맥이 거의 끊긴 탓인지 일부 학생들은 “굳이 통일을 해야 할 현실적 이유를 못찾겠다”“정상회담에 별 관심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사원 윤인호(33)씨는 “무엇보다 7년간 지지부진했던 남북관계의 새 돌파구가 되길 바란다”면서도 “하지만 국내에도 시급한 현안이 많고, 야당의 반대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깜짝 발표를 한 데 대해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한상수(34)씨도 “정부 의도와 무관하게 정권 말기에 이런 이슈가 새롭게 등장해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하는 등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남북관계의 진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점심식사 시간을 조금 넘긴 시각, 서울 을지로의 한 냉면집에서는 노년층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수호(74)씨가 “자주 대화하고 소통해야 하며, 정부가 ‘가진 사람이 베푼다’는 생각으로 회담에 임해야 한다”고 하자 박원빈(75)씨는 “북한은 그 동안 우리를 너무 많이 속여 왔다. 자주 만나 친해지되, 이번 만큼은 그쪽의 확실한 다짐을 받아내야 한다”고 답했다.
경기 파주시 금내면 통일촌에 사는 평남 출신의 임권정(77)씨는 “정상회담 등 각종 남북 회담이 기대감만 높였을 뿐, 실질적혜택은 극소수에게만 돌아갔다”고 푸념했다. 실향민 2세대인 이상철(56)씨도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도 안되는 상황에서 정상회담 소식에 무작정 설레고 기뻐할 리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일만의 기대감이 없는 건 아니다. 3,300여명의 실향민이 모여 사는 강원 속초시 속칭‘아바이 마을’의 박재권(75) 노인회장은 “제발 이번 회담이 단 한번만이라도 고향에 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개성 출신의 김인영(76)씨도 “시기적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어쨌든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