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만 부족했나?'' 베어벡, 벤치 실수도 인정해야

"이천수 있었더라면…" 경기마다 ''없는 선수'' 아쉬워 해…벤치서 전술 운용 능력 보여줘야
  • 등록 2006-10-12 오후 4:33:00

    수정 2006-10-12 오후 4:33:00

[노컷뉴스 제공] 지난 6월28일 한국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이 된 핌 베어벡 축구대표팀 감독은 신임 감독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축구 선진국과의 수준차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베어벡호 출범 4개월째인 현재 한국 축구는 세계 수준과 더 멀어진 듯하다.

베어벡 감독은 지난 8월16일 대만전을 시작으로 지난 11일 시리아전까지, 총 5경기를 치렀다. 성적은 2승2무1패. 그러나 2승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4위인 아시아 최약체 대만을 상대로 거둔 것임을 감안하면 신통치 않은 성적이다.

베어벡 감독은 패하거나 비긴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늘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선수들의 볼처리의 미흡함과 집중력 저하를 지적했고 해외파 및 부상 선수의 부재, 또는 해외파들의 컨디션 난조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반면 전술 실패나 벤치의 실수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8월16일 대만전 "유럽파들이 그리웠다"

베어벡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지난 8월16일 대만과의 아시안컵 예선2차전. 국내파 위주로 베스트 11을 꾸린 한국은 대만을 상대로 3-0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대만이 아시아 약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스코어는 아니었다.

베어벡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만일 토튼햄, 맨유, 레딩, 제니트에서 뛰는 해외파들과 J리그 득점 선두권에 있는 조재진 등이 있었다면 더 좋은 경기를 했을 것이다. 솔직히 그들이 그리웠던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즉 해외파의 부재가 약체 대만을 상대로 3점밖에 뽑아내지 못한 주된 이유였다고 언급한 것. 그러나 벤치에서 이렇다할 변화를 주지 않은채, 단순한 공격루트만을 고집한 것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9월2일 이란전 & 10월8일 가나전 "움직임 예리하지 못했고..."

해외파를 총출동시킨 9월2일 이란과의 아시안컵 예선 3차전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후 베어벡 감독은 "최종적으로 찔러주는 패스가 미흡했고 골대 앞에서 움직임이 예리하지 못했다"면서 "이란같은 팀과 경기할 때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안되는데 막판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스스로를 어렵게 만들었다"며 선수들의 움직임만을 꼬집었다.

지난 8일 가나 평가전에서도 1-3으로 패한 직후 "오늘 처음으로 대표팀 경기에 출전한 어린 선수들에게 박지성, 설기현 같은 활약을 기대할 수는 없다"면서 여지없이 "공격시 최종 패스가 부정확했고 패널티지역에서 공격의 예리함이 떨어졌다"고 똑같은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10월11일 시리아전 "이천수 있었더라면..."

무승부를 기록한 시리아전 종료 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같은 맥락의 얘기만을 쏟아냈다. "부정확한 최종 패스와 크로스, 패널티 박스 내에서의 집중력 및 골 결정력 부족으로 역전골을 뽑는데 실패했다"고 밝힌 베어벡 감독은 이와 함께 90분 내내 전술 및 선수 변화를 주지 않은데 대해 "공격을 잘 풀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면서 "물론 이천수가 벤치에 앉아있었더라면 선수 교체를 고려했을 것"이라며 역시나 '없는' 선수를 아쉬워했다.

또 "설기현의 움직임이 지난달 대만, 이란전에 나섰을 때보다 좋지 못했다"며 중앙의 조재진에게 득점 찬스를 만들어주는 점이 미흡했음을 지적했다. "벤치에서의 실수는 없었냐"는 질문에는 선수들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얘기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베어벡 감독은 선수들에게 공격의 예리함과 집중력, 그리고 해외파들에게 한결 같은 경기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이제는 그간의 실수를 인정하고, 다양한 전술 운용과 탄력적이고 타이밍 적절한 전술의 변화를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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