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국내 유동자금이 고수익을 찾아 미국의 부동산펀드로 몰리고 있다.
펀드 상품을 운영 중인 보험사나 유동자금을 보유 중인 건설업체나 중견 기업체들이 자금 운영 차원에서 펀드를 통한 미국 부동산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펀드는 운용업체가 투자자금을 모아 오피스나 주택건설·리모델링 방식으로 부동산에 투자, 개발이익을 투자자에게 되돌려 주는 부동산 금융상품이다.
‘저스트알’ 김관영 대표는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기관투자가들이 자산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미 부동산펀드에 큰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도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어 주의가 요망된다는 지적이다.
◆보험사·건설사 펀드 투자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최근 캘리포니아의 주택 개발사업 투자펀드인 ‘맥밀리언펀드3’에 600만달러를 투자했다. A생명과 B투신사도 모두 1400만달러를 맥밀리언펀드에 투자키로 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우림건설도 미 현지법인 ‘퍼시픽 브리지 홀딩스’를 통해 캔자스시티 도심 빌딩을 리모델링하는 부동산펀드에 400만달러를 투자했다.
국내 부동산펀드도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을 대상으로 곧 조성될 예정이다. 차병원그룹은 최근 인수한 미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장로병원 인수자금을 확보하고, 미국 병원을 추가 인수하기 위해 국내에서 M&A(인수합병)펀드와 함께 병원건물 담보 ‘부동산펀드’를 조성, 8000만달러를 조달할 방침이다.
◆해외펀드 ‘저금리’ 국내자금에 손길
미 부동산펀드인 구겐하임펀드나 뷰캐넌 펀드, 호주 매쿼리 등은 한국내 자본 유치를 위해 국내 기관투자가들과 접촉 중이다. 현대해상화재가 투자자로 참여한 맥밀리언펀드는 아예 한국에 지사를 설치했다.
맥밀리언펀드 한국지사 전병민 실장은 “장기적으로 한국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미교포들 사이에서 부동산펀드는 인기 상품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LA 재미슨사는 한국 교포 투자자들을 상대로 부동산펀드를 구성, 지난 2~3년간 LA코리아타운 주변의 오피스 빌딩을 매년 20여개씩 사들여 ‘LA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미 부동산 펀드 고수익이지만 ‘주의’도 요망
미국에는 지난 2~3년간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연 30% 내외의 고수익을 낸 부동산펀드들이 많다. 현대해상화재 이영철 부장은 “자산운영 다원화를 위해 미 부동산펀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며 “수익률도 연 20%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펀드를 통해 미 부동산 시장의 진출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전략. 우림건설 미국법인 퍼시픽 브리지 홀딩스 호프리 부사장은 “외환위기 이전에 외국에 직접 진출했던 건설사들이 현지 사정에 어두운 데다 경험 부족으로 큰 손실을 봤다”며 “펀드로 현지 업체의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만큼 리스크도 줄고 직접 진출을 위한 경험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버클리대 로버트 에델스타인 교수는 “부동산펀드는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며 “미 부동산시장도 급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신중한 투자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