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이강원 외환은행장, 제2의 김정태되나

  • 등록 2002-04-10 오후 7:48:35

    수정 2002-04-10 오후 7:48:35

[edaily 김병수기자] 이강원 LG투신운용 사장이 외환은행장으로 추천됨에 따라 "제2의 김정태" 탄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위 증권업계 출신이 다시 은행장에 올랐으며, 김 행장이 소위 "시장을 아는 사람"으로 주가를 한층 높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행장후보와 김 행장은 호남출신이라는 지역 연고에서도 닮은 꼴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그동안 정부의 스탠스를 감안할 때 이 사장의 외환은행장 입성을 비교적 어렵지 않게 점쳤다. 소위 미국물 먹은 박사 출신에 대신증권 LG증권 등 증권업계에서 쌓은 경험이 눈에 확 들어오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으로서 기업가치를 높히고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그리고 시장에서 납득할만한 인물"로 외환은행장감의 기준을 제시해왔다. 이것이 곧 "개혁성"과도 맞물려 있다. 기업가치를 높힌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외환은행의 주가를 올리는 것이 될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주식시장을 잘 아는 이 사장만한 행장후보도 없다는 평가다. 더우기 함께 후보군에 올랐던 인물들과 상대평가를 해보더라도 단연 우수한 점수를 받을만 했다는 후문이다. 덧붙여 정부는 "외환은행의 경우엔 그동안 지연된 기업(하이닉스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성과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것이 보태져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점에서는 다소 어려운 난제들이 있어 보인다. 우선 외환은행 조직이 그리 호락호락한 조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은행권에서도 외환은행 사람들의 프라이드는 대단하다. 물론 IMF 경제위기와 현대 사태를 겪으면서 많이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자존심많은 여전하다. 그래서 이 사장의 이름이 거론될 때도 외환은행의 많은 관계자들은 "외환은행이 투신운용 사장을 받아서 되겠느냐"식의 말을 아주 서스럼없이 내뱉곤 했다. 외환은행장에 한국은행 출신들이 많이 오면서 생긴 자연스런 모습이기도 하지만, 이 사장 입장에서는 조직 장악을 어떻게 해 들어가느냐가 현실적인 과제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이 행장후보 또한 김정태 행장과 마찬가지로 강한 카리스마로 외환은행을 장악할 수 있을 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지 관심거리다. 일부에서는 이 행장후보가 전형적인 신사 타입으로 평판이 좋고 국제통으로서의 능력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김정태 행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분석도 하고 있다. 현안인 하이닉스 매각협상 처리와 관련해서는 다소 아이러니컬한 상황에 빠져들 수도 있어 보인다. 이 사장이 LG출신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문제와 관련해 현대와 LG의 관계는 익히 아는 바다. LG는 빅딜을 통해 반도체를 넘겼고, 한편의 시각대로라면 현대(하이닉스)는 빅딜을 계기로 지금 구조조정을 해야하는 상황에 몰려있다. 따라서 어찌보면 반도체를 빼앗긴(?) LG 출신이 자신들을 먹은 바로 그 대상을 이제 수술대에 올려놓은 형국이다. 물론 이 행장후보의 경우 반도체 매각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이 없기는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LG의 정서가 반영돼 있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눈여겨 볼 대목중에서는 역시 합병에 대한 이 행장후보의 생각일 것이다. 김정태 행장은 주택은행을 가지고 증권맨 출신답게 국민은행을 합병하며 국내 최대 은행을 탄생시켰다. 여러 측면에서 외환은행의 경우도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합병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 없는 형국이다. 따라서 이 행장 후보가 은행간 합병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또한 김정태 행장처럼 과감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지는 향후 외환은행의 진로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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