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교육계에 따르면 , 올해 정시 모집 분석 결과 이른바 ‘SKY(서울·고려·연세대)’ 대학 등 상위권 자연계·이공계 학생들의 의대 선호 현상이 더욱 거세진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갈래”…서울대 자연계 합격생 21%가 ‘등록포기’
졸업 후 ‘대기업 직행’ 계약학과도 미등록 학생 증가세
올해 서울대 자연계열 정시 모집에서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비율은 지난해 보다 대폭 늘었다.
종로학원이 21일 분석한 2024학년도 서울대 정시 미등록자 현황에 따르면, 자연계열 합격자 중 164명(모집 인원 중 21.3%)이 합격 통지를 받고도 등록하지 않았다. 이 수치는 전년 88명(12.2%)보다 크게 늘어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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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 미등록률이 가장 높은 학과는 약학계열로 11명 모집에 7명이 등록을 포기해 63.6%의 미등록률을 보였다. 뒤이어 미등록률이 높은 학과는 △의류학과 58.3% △간호대학 55.6% △지구과학교육과 50% △통계학과 50% 등으로 선발 인원 절반 이상이 등록을 포기했다. 이들 학과 중 지난해 미등록률이 50%가 넘은 학과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서울대 자연 계열 미등록 인원이 대폭 증가한 원인은 의대 중복 합격자가 대거 이탈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의대 중복합격 등으로 인한 이동이 전년보다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고려대·연세대 등 상위권 대학 계약학과에서도 합격생들의 대거 등록 포기 현상이 전년보다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학생들이 대기업 취업보다는 의대로 진학하려는 선호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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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증원으로 자격 희소성 줄면…자연스레 쏠림 해소”
지난 20일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대한민국에서 의대 졸업 후 전공의를 마치고 군대를 다녀온 35살 무렵 전문의가 받는 연봉이 3억원~4억원”이라며 “의대 쏠림의 근본적 원인은 의사 수입이 다른 직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을 통해 의사 수입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의대 쏠림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이어 “의대 증원에 따른 이공계 학생들의 일시적 (이탈) 현상을 문제 삼는 것은 근본을 덮고 표면적인 증상만을 해결하겠다는 방식”이라 짚었다.
교육계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주장이 나왔다. 대규모 증원을 통해 의사가 지금보다 더 많이 배출될 경우 이들 직업의 처우·연봉이 낮아져 선호도가 떨어지고, 의대 대신 이공계 대학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소장은 “의대 인기가 치솟는 이유는 의사 자격증의 희소성에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500명 수준으로 증원된다면 의사 자격증의 희소성이 유지돼 의대 쏠림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정부 방침처럼 2000명으로 늘릴 경우 로스쿨 체제 하 변호사들처럼 경쟁 체제가 만들어져 의사 직업의 메리트가 비교적 사라져 공대 등 다른 분야를 원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