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가상자산시장이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겠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서운 통화긴축 행보에 위험자산이 동반 하락하면서 가상자산에도 먹구름이 가득하다.
20일 시장데이터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12시30분 현재 24시간 전에 비해 2.45% 상승한 1만9260달러 언저리에서 거래되고 있고, 이더리움도 3.5% 가까이 뛴 1347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비트코인 가격은 1만8200달러선까지 하락하며 지난 6월 기록한 연저점을 다시 테스트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이더리움 역시 7월 이후 가장 낮은 1200달러대까지 주저 앉았었다. 그나마 뉴욕 증시를 따라 반등하곤 있지만, 추가 상승을 노릴 힘은 없다.
미국 정책금리를 결정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발표를 이틀 남겨둔 시점에서, 월가는 이번에도 75bp 금리를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유력하게 점치자 한때 100bp 인상까지 우려했던 투자자들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9월 이후 연준의 금리정책 행보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한 만큼 방심하긴 한참 이르다.
실제 시장에서는 지난주 까지만 해도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최종적인 정책금리 수준이 평균 3.94%일 것으로 점쳐졌던 것이, 이번주 들어서는 4.45%까지 50bp 가까이 높아졌다. 그 차이만큼 연준이 더 정책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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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만 해도 가상자산 가격 하락으로 인해 선물시장에서 13만1000명에 이르는 투자자들이 가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선물 포지션 4억3300만달러(원화 약 6040억원) 어치가 청산됐고, 이 가운데 87%인 3억7900만달러가 매수 포지션이었다. 이더리움선물과 비트코인선물 매수 포지션 청산규모는 각각 1억7300만달러, 1억2100만달러였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이렇게 돈줄을 죄는 한 가상자산시장이 의미있는 반등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는 “가상자산과 주식, 원자재 등으로 대표되는 위험자산의 여름 랠리는 끝났다”고 선언하며 “그동안 이들 자산은 저금리와 낮은 인플레이션 덕에 가장 큰 수혜를 봤었지만, 이제 연준이 통화긴축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비트코인과 주식 등은 앞으로 더 하락할 여지가 남아 있다”고 점쳤다.
마이크 맥글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원자재부문 선임 전략가는 “연준의 통화긴축으로 인한 위험자산시장 붕괴는 지난 2008년 당시에 비해 더 심할 것”이라며 당분간 주식과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은 동반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그는 “가상자산은 (금융시장에서의) 경주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말과 같다”면서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앞으로 실물경제에서의 도입(Adoption)이 늘어나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도 작년 11월에 기록한 역대 최고치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 금융업체인 에델만 파이낸셜서비스를 이끄는 릭 에델만 창업주도 “가상자산에 5~10년 정도 뒤를 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최근 9개월여의 비트코인 가격 급락은 일상적인 수준이며 따라서 무시해도 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기관투자가들 가운데 1% 정도만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고 나머지 99%는 규제가 분명해질 때까지 망설이고 있다”면서 “현재 미 의회에 발의된 가상자산 관련 법안만 50여개나 되는데, 이 법안들이 처리되면서 구체적인 규제 내용이 확정되면 기관들도 다시 코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나중에 기관 장세가 재연될 수 있음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