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경험했던 개인 맞춤형 광고를 이제는 지상파 채널에서도 접하게 된다. 나중에는 유튜브 영상을 볼 때마다 광고가 앞에 붙는 것처럼, 방송 채널 변경 시 본방송 앞에 무조건 숏폼 광고가 붙는 방식도 도입된다.
20대는 아반떼, 40대는 제네시스 광고 송출
28일 업계에 따르면 KT(030200)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032640) 등 IPTV 3사는 오는 7월부터 MBC 채널에서 ‘어드레서블(Addressable) TV 광고’를 송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를 포함한 5개사가 맺은 업무협약(MOU)의 일환이다.
어드레서블 TV 광고는 모든 가구에 똑같은 광고를 송출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이력 등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가구별로 다른 맞춤형 광고를 송출하는 광고 기법이다.
구글, 네이버, 유튜브, 페이스북 등 인터넷상에서 각각의 IP 주소를 통해 이용자의 검색 경로나 검색어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송출하는 ‘프로그래매틱 광고(Programmatic Ads)’로 익숙한 맞춤형 광고인데, 이것이 지상파 채널로 확대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IPTV 시청자들은 같은 시간대에 MBC를 시청하더라도 관심사별로 각각 다른 광고에 노출된다. MBC를 시작으로 SBS도 지상파 채널로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작년부터 SBS PLUS, SBS FunE 2개 채널에 어드레서블 TV 광고를 시범 적용하고 있다.
지금은 고객 맞춤형보단 광고주 맞춤형에 가까운 형태인데, 앞으로의 어드레서블 TV 광고는 개인화 알고리즘도 더 정교해진다. 셋톱박스의 시청, 검색 이력뿐 아니라 셋톱박스 와이파이에 연결된 모바일이나 PC 등의 비식별 개인정보도 수집해 타깃팅을 더 정교하게 할 방침이다.
예컨대 광고주가 현대자동차(005380)일 경우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가구를 식별해 그중에서도 20~30대 시청자에게는 아반떼를, 40~50대 시청자에게는 제네시스 광고를 송출하는 식이다. 11번가에서 냉장고를 많이 검색했던 주부 시청자에겐 삼성 냉장고 광고가 지상파 방송 전에 노출된다.
어드레서블TV 광고가 지상파에 자리 잡게 되면 방송사 입장에선 기존 대형 광고주뿐 아니라 유튜브 등 맞춤형 광고를 진행하는 여타 디지털 플랫폼들이 소액 광고주들까지 확보해 전체 파이를 크게 키운 것처럼 신규 광고주를 끌어들일 수 있다.
나아가 KT는 자체적으로 국내 한 특허기업과 손잡고 ‘유튜브형 타깃팅 광고’를 개발 중이다.
3사가 함께 준비한 어드레서블 TV 광고는 방송과 방송 사이 정해진 광고시간에만 맞춤형 광고를 송출한다면, KT가 준비 중인 신규 광고 상품은 채널 변경 시 본방송이 진행 중이어도 무조건 맞춤형 광고가 뜨는 방식이다. 유튜브나 VOD 영상을 시청할 때와 같다. 다만 시청 편의를 위해 광고시간은 5~10초 사이로 매우 짧게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달부터 스카이TV의 NQQ 채널에 시범 서비스에 돌입했다.
이 광고가 상용화되면 앞으로는 예능이나 드라마 속 PPL이 아니라 광고 자체를 맞춤형으로 특별 제작해 붙이는 식의 새로운 시도도 이뤄질 수 있다.
다만 어드레서블 TV 광고가 진화할수록 공익성을 담보해야 하는 지상파 방송 특성상 수많은 소액 광고들의 품질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는지가 숙제로 남는다. 기존 디지털 플랫폼 역시 자극적인 성인광고나 게임광고 등이 종종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KT 관계자는 “시청자에게도 광고가 유익한 콘텐츠이자 정보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해, 광고주와 플랫폼 사업자 모두에게 유익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개발 중인 어드레서블 TV 광고의 지향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