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간으로 유방암 간 전이 과정 알아냈다

유방암 나노소포체가 ‘암 씨앗’의 간 혈관 접착 늘려
  • 등록 2020-11-30 오후 12:00:00

    수정 2020-11-30 오후 12:00:00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사람 간을 모방한 인공 간으로 유방암이 간에 전이되는 과정을 새로 알아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조윤경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팀이 ‘3D 간 칩’을 이용해 암 전이 과정에서 나노소포체의 역할을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나노소포체는 세포가 배출하는 나노미터 수준의 ‘행낭’이다. 세포들은 소포체 안에 각종 단백질 정보를 담아 서로 소통한다.

암세포도 나노 소포체를 배출한다. 암세포에서 배출된 나노 소포체가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이 있었지만 복잡한 몸속에서 검증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간세포가 배양된 칩 간을 구성하는 각 세포들을 배양한 미세유체칩을 이용했다. 유방암에서 나온 나노소포체는 간의 혈관벽을 더 끈끈하게 해 ‘유방암 씨앗’이 혈관벽에 3배 이상 더 잘 달라 붙게 만들었다.

나노소포체 표면의 종양성장인자(TGFβ1)가 혈관벽 ‘끈끈이 단백질’인 파이브로넥틴(Fibronectin) 양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유방암 외에도 간 전이가 잘 발생하는 암, 간 전이가 발생하지 않는 암, 건강한 사람의 나노소포체를 대조해 이 같은 사실을 입증했다.

간 전이가 잘 발생하는 췌장암 유래 나노 소포체는 유방암 유래 나노소포체와 같은 효과를 보였다. 간 전이가 발생한 유방암 환자는 간 전이가 발생하는 않은 유방암 환자나 정상인보다 나노 소포체의 종양성장인자 발현양이 많았다. 이는 나노 소포체의 종양성장인자 발현과 순환종양세포의 접착 수 증가 간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조윤경 교수는 “유방암의 간 전이과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간 전이 빈도가 높은 췌장암, 대장암 등의 전이 과정도 밝혀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간은 전이암 발생빈도가 높고, 전이 암 발생 시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점에서 연구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에이씨에스나노(ACS Nano)’ 표지논문으로 선정, 지난 24일 출판됐다.

ACS Nano 표지 유방암 유래 나노소포체(큰 파란색 구)가 간의 미세환경 변화를 일으켜 유방암 세포(초록색)가 간 혈관에 잘 달라붙는다.(자료=울산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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