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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새로 들어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정부가 20년 이상 고수해온 `강(强)달러 정책`과의 작별을 고하고 있다. 과거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과의 판박이다. 이같은 약(弱)달러 정책이 수출을 부양해 미국 경제를 살려낼지, 아니면 닉슨 시절과 같이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갈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달러화가 너무 비싸 중국과 경쟁하는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결국 달러화 강세가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트럼프가 첫 재무장관으로 낙점한 스티븐 므누신 내정자도 `단기적`이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강달러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런 평가에 힘을 실었다.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는 “달러 강세는 역사적으로 미국 경제력과 미국에서 사업하는 투자자들의 신뢰와 연결돼 있다”며 강달러를 지지하는 듯한 원칙을 밝히면서도 “때로는 지나친 달러 강세가 경제에 단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경계감을 표시했다.
잇단 강달러 경계성 발언에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1990년대 중반 빌 클린턴 행정부 초대 재무장관이었던 로이드 벤슨의 약달러 정책을 “건전하지 못한 일”이라고 비판하면서 단번에 강달러 정책으로 돌아선 로버트 루빈 당시 재무장관의 선언이 사실상 끝을 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스트래티저스 리서치 파트너스의 돈 리스밀러와 에리카 핼리 콤프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사에 빗대 “지난 1971년 재무장관이던 존 코널리가 언급했던 ‘달러화는 우리 돈이지만 당신들의 문제(The dollar is our currency, but your problem)’라는 발언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그해 8월15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신경제정책(New Economic Policy)이라는 조치를 발표했는데 금과 달러 교환을 중단하고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수입과징금)를 매기는 것이 골자였다.
코널리 재무장관의 타깃은 3가지였다. 환율체제를 재편하고 미국 수출 기업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동맹국과의 방위비 지출을 상호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닉슨의 신경제정책은 초기에는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환영받았다. 그러나 이후 파장은 엄청났다. 달러대비 엔화 가치가 7% 급등했고 여기에 10% 관세까지 더해져 미국으로 수출되는 일본제품 가격은 삽시간에 17%나 뛰었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도 1971년 3분기에 전년동기대비 11.3%였던 경제성장률이 그 해 4분기엔 6%로 반토막 났다. 또한 브렌트우즈 체제가 최종적으로 무너진 1973년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은 국제유가를 4배나 높였고 이후 오일쇼크라는 결과까지 초래하고 말았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정책들은 당시와 꼭 닮은 데자뷰다. 닉슨과 같은 암울한 결과를 낳지 않기 위해서라도 트럼프 당선인은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려는 정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자국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려고 경쟁하는 환율전쟁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그 결과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