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위원은 지난해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후 지난 3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IOC 위원 자격 정지 조치를 받았었다.
그러나 IOC는 최근 윤리위원회를 열고 박용성 위원의 최종 제명 여부를 심의한 후 징계 여부 판정을 내년 3월까지 유보하기로 했다. 이같은 IOC의 결정은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내년 3월 이전에 박 위원에 대한 한국정부의 사면복권 조치가 있을 경우 IOC 위원 자격을 회복시킬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IOC는 그동안 도덕적 흠결이 있는 IOC위원들에 대한 징계조치를 엄격하게 시행해왔다.
지난 2004년 개인비리에 휘말린 인도네시아의 밥 하산 위원을 곧바로 제명했고 지난해에는 김운용 부위원장과 불가리아의 이반 슬라브코프 위원이 IOC 총회의 제명 결정을 앞두고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지난해 두산그룹의 분식회계 수사과정에서는 일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박 전 회장이 스포츠 외교에서 비중이 높은 IOC위원임을 들어 불구속 결정을 내렸지만 IOC가 오히려 박 위원의 자격을 정지시키면서 검찰을 머쓱하게 만들기도 했다.
다만 프랑스의 기 드뤼 위원은 뇌물수수 혐의로 IOC로부터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프랑스 정부로부터 사면을 받자 IOC가 이를 근거로 다시 IOC위원직에 복직시키는 등 올해 들어 IOC의 징계 기준이 다소 완화되는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정부가 박 위원을 사면할 경우 IOC가 자격정지를 풀고 IOC위원직에 복직시킬수도 있다는 메시지라는 설명이다.
◇ "사면하더라도 가급적 빨리 해야"
박 위원의 징계문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문제와도 관련된 사안이어서 관심이 증폭된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올림픽 개최 도시 결정은 내년 7월 과테말라 IOC 총회에서 결정되지만 각 도시의 홍보전은 공식적으로 올 10월에 시작해 현지 실사가 이뤄지는 내년 2월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박 전 회장의 사면은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사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7월 과테말라 총회에서 박용성 위원의 IOC 자격 박탈과 개최도시 결정이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산되어 IOC 위원들의 표심을 얻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동계올림픽은 우리나라의 평창, 오스트리아 잘츠브르크, 러시아 소치가 최종 후보로 경합을 벌이고 있으며 러시아와 오스트리아는 각각 3명과 2명의 IOC 위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박용성 위원의 자격이 정지된 상태여서 이건희 IOC 위원만 활동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8.15 사면에서 재벌총수 비리에 대한 국민감정이 좋지 않다는 점을 들어 박 전 회장을 비롯한 경영인들을 사면에서 제외한 바 있어, 박용성 위원에 대한 IOC의 이번 심의보류 결정이 경제인 사면과 관련한 논란을 또 한번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