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학선기자] 채권시장이 2일 한국은행의 11월 콜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가격하락폭을 넓혔다. 대표 채권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한은의 콜금리 목표수준인 3.50%를 웃돌았고, 국채선물은 주요 지지선이던 112.55를 하향돌파했다.
한은은 이날 `금리변동이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금리를 내려도 기업의 설비투자를 부추기는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채권시장에 경계심이 확산됐고, 뒤이어 한은 관계자가 "지표금리가 콜 금리 밑으로 내려와있는데 왜 금리인하 기대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며 매도세가 힘을 얻었다.
특히, 상품계정 등 단기매매 기관들이 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가격상승을 이끌던 곳에서 한은의 정책기조가 콜금리 동결 쪽으로 흐르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4틱 오른 3.51%를 기록했다. 국고채 5년물 4-4호도 4bp 상승한 3.61%로 거래를 마감했다. 국고채 10년물 4-6호는 2bp 높은 3.98%에서 팔자주문이 나왔다.
장내시장에서는 1조9100억원어치가 거래됐다. 국고4-5호가 7000억원으로 가장 많이 거래됐고, 국고4-4호가 66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국고4-6호와 국고3-6호는 각각 2100억원, 2000억원정도 거래됐다.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최종호가수익률은 국고채 3년물이 4bp 오른 3.51%였다. 국고채 5년물과 국고채 10년물은 각각 3bp 상승한 3.60%, 4.00%로 고시됐다.
통안채 2년물은 4bp 오른 3.50%, 통안채 364일물은 1bp 오른 3.43%다. 3년만기 무보증 회사채 AA-와 BBB-는 나란히 3bp 상승하며 3.96%, 8.35%로 고시됐다.
3년만기 국채선물 12월물은 전날보다 8틱 낮은 112.52로 거래를 마감했다. 거래량은 4만6656계약. 증권이 1399계약 순매수, 은행이 2218계약 순매도했다.
◇설마에서 현실로.."콜금리 아래는 부담스러워"
채권시장에 한은 경계령이 내려졌다. 전날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와 예상보다 많았던 통안채 입찰 공고에도 불구하고 설마했던 채권시장은 이날 `금리변동이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와 한은 관계자의 발언으로 콜금리 동결 가능성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어느새 지표금리가 콜금리 아래에 있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고, 장마감에 접어들수록 매도세가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를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찮았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11월 중 한은의 콜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뻔히 알면서도 시장은 강세를 나타냈다"며 "한은발 재료 때문에 금리가 반등하는 것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딜러는 "밀릴 때마다 저가매수를 기다리는 곳에서 채권을 사려고 할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지표금리가 콜금리 아래에 있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동성 확대 예상.."기조는 변함없어"
한은의 멘트 하나에 출렁임이 커지고 있다. 11월 금통위가 다가올수록 변동폭 확대양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강세흐름이 꺾였다고 단정짓기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채권평가 방혁준 과장은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집중되고 있어 채권시장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라 장중 등락이 심한 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 과장은 "한은은 8월부터 10월까지 엇갈린 행보를 했다"며 "11월과 12월 금통위 이전에는 혼란스러운 장세가 전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의 금리는 콜금리 25~50bp 인하를 선반영한 측면이 있다"며 "금통위 전에는 혹시 콜금리가 인하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강세를 연출한 뒤, 콜금리가 동결되면 다시 금리가 오르는 약세장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은행딜러는 "내년 상반기까지 볼 때 금리인하 가능성은 열려있다"며 "이날 금리가 반등세를 나타내긴 했지만, 아직 추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