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권이양)①잠들지 않는 화약고

  • 등록 2004-06-28 오후 4:16:28

    수정 2004-06-28 오후 4:16:28

[edaily 오상용기자] 미국이 28일 이라크 민간정부에 권력을 이양했다. 당초 예정보다 이틀 앞당겨 진 것이다. 민간정부로 권력이양이 마무리됐지만 이라크내 정정불안과 혼란은 쉽게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회통합과 재건에 주력해야할 임시정부와 다국적군은 무장세력과의 교전에 여념이 없다. 준비되지 않은 권력이양은 내년 총선까지 사회분열만 양산할 것이라는 지적도 높다. ◇군장을 조여매는 무장단체 무장세력은 7월이 와도 총을 놓지 않을 태세다. 임시정부 요인에 대한 테러를 공언하며 미군의 손아귀에 놓일 임시정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주 이라크 주요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발생한 동시다발적 폭탄테러로 100여명이 숨졌다. 미군과 무장단체간 잇단 교전으로 폭음과 포연이 가시지 않고 있다. 알카에다와 관련을 맺고 있는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일신교와 성전)`는 인질 납치와 참수, 요인암살을 진두지휘하며 극렬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3일 한국인 김선일씨를 살해한데 이어 지난주에는 터키인 3명을 납치, 인질의 생명과 터키군의 철수를 맞바꾸자고 위협했다. 터키에서 나토 정상회담이 열리는 시점을 겨냥한 것으로 짐작된다. 미군은 지난주부터 알-자르카위에 대한 공격에 나섰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28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들 무장세력의 준동은 권력이양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이라크 임시정부의 존립을 위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력이양 마무리..계엄령 발동 가능성 높아 정국 불안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자 이라크 임시정부의 권력이양시기가 앞당겨졌다. 미국은 이날 이라크 임시정부에 권력 이양을 공식 선언했다. 이슬람 무장단체가 오는 30일을 D데이로 대규모 테러를 감행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일정이 앞당겨 진 것으로 풀이됐다. 혼란을 타개하기 위해 이라크 임시정부가 계엄령을 발동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알라위 총리는 지난 27일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이 매우 불안한 만큼 계엄령 발동을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은 지난 석달새 이라크 주둔군의 병력을 11만3000명에서 14만1000명으로 늘렸고 추가 파병도 검토중이다. 럼즈펠드 장관은 지난 28일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추가 파병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면서 "다만, 이는 필요한 상황에 대비하려는 것이지, 추가 병력이 당장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시정부 한계를 넘어설까 이야드 알라위 총리가 이라크 임시정부를 이끌 자질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임명 초기부터 있어 왔다. 알라위의 정치 경험이라고는 사담후세인에 대한 쿠데타를 기획했던 망명 이라크 조직을 이끌었다는 것 정도. 물론 쿠데타 기획도 무위에 그쳤다. 이처럼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알라위 총리가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손쉬운 정치조직과 협상을 통해 아군을 늘려나가는 것이라고 FT는 권고했다. 아울러 이라크 자체병력을 속히 강화하는 것도 급선무로 지적됐다. 현재 미국은 6만명의 이라크 정예군대 양성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들을 통해 무장단체를 무력화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은 너무도 장기적이다. FT는 "병력 확보 수 보다 훈련의 질이 중요하다"면서 "7000명의 이라크 군대는 민병대와 교전과정에서 변변한 전투한번 치르지 않고 투항하기 일쑤였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의 국제전략연구센터의 분석가 앤소니 고즈먼은 "권략이양후 2~3개월이 임시정부의 고비가 될 것"이라면서 "이 기간동안 정국 불안이 계속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라크 임시정부의 갈 길은 먼데, 해는 짧고 발목을 잡는 문제는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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