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년째 사상 최대 이익…'5만원권 환수율 뚝, 통안채 발행 감소 탓'

한은, 2021년도 연차보고서 발간
세전 이익 2년 연속 10조원 돌파
순이익 7조86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경신
유가증권 매매차익 15% 가량 증가
5만원권 환수율 17.2%로 사상 최저
'통안채 발행' 7.7% 감소…이자비용 35% 급감
  • 등록 2022-03-31 오후 12:00:00

    수정 2022-03-31 오후 9:07:23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작년 7조8000억원 넘게 벌어들이며 3년 연속 역대 최대 순이익을 경신하고 있다. 한은이 통화안정증권(이하 통안채)을 덜 발행하면서 이자 비용이 35%나 급감했다. 통상 한은은 통안채를 발행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데 금고 속으로 돈이 숨어들면서 유동성 흡수 필요성이 감소한 영향이다. 5만원권 환수율이 17.2%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31일 ‘2021년 연차보고서’를 통해 작년 당기순이익이 7조8638억원으로 전년(7조3659억원)보다 6.8%(498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9년 이후 3년째 사상 최대액 경신이다. 세전 순이익으로 따지면 10조7414억원을 기록해 2년째 10조원대를 기록했다. 대기업 부럽지 않은 이익 규모다.

한은의 손익은 총자산(595조6437억원)의 73%를 차지하는 유가증권의 운용수익률, 통안채 이자, 환율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작년엔 유가증권 관련 이익 등 총수익이 19조832억원으로 3.9%(7822억원) 감소했지만 통안채 이자 등 총비용이 8조3418억원으로 13.8%(1조3346억원)나 급감한 것이 이익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줬다.

해외 국채나 주식 등 유가증권 매매차익은 7조4893억원으로 전년(6조5250억원) 대비 14.8% 증가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급락했던 주가가 작년 회복세를 보인데다 외환보유액의 주식 비중도 8.9%에서 10.4%로 늘린 영향이 컸다.

그러나 유가증권 이자 이익은 2020년 저금리 탓에 6조6787억원으로 전년(7조1749억원)보다 6.9% 감소했다. 외환매매 이익은 2020년 3425억원에서 144억원으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2020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달러 매도 개입이 늘어났는데 작년엔 환율이 안정되면서 해당 요인이 사라진 영향이다.

(출처:한국은행)
한은이 비용으로 내야 하는 통안채 이자비용은 1조4635억원으로 34.8%나 감소했다. 작년 중 유동성 조절 필요 규모(평균잔액 기준)가 177조4000억원으로 전년대비 3조2000억원이 줄어들면서 통안채 발행도 150조6000억원(평잔)으로 7.7% 줄었다. 2009년(150조원) 이후 12년래 최저 수준이다. 유동성 흡수 규모가 줄어든 것은 현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화폐 발행이 증가했는데 상당 부분이 가정 내 금고 속으로 들어간 영향이다. 5만원권 환수율이 작년 17.2%로 2009년 발행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부터 금리가 오르면서 수시입출식 예금이 증가한 것도 유동성 흡수 감소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은 순이익의 70%를 국고에 납입하는 데 이에 따라 작년 70%인 5조4781억원 가량이 정부 손에 들어갔다.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 출연 목적으로 266억원이 임의 적립됐고 나머지 2조3592억원만 법정 적립금으로 쌓아뒀다.

작년말 한은의 총자산 규모는 595조6437억원으로 전년말(538조7304억원)보다 56조9133억원 증가했다. 이는 환율 상승으로 외화자산 원화 평가액이 증가한 데다 한은이 국고채 매입, 금융중개지원대출 및 회사채·CP매입 기구에 대한 대출을 늘린 영향이다. 총 자산 중 외환보유액 등 외화자산은 대부분(68.3%)가 미 달러화로 구성돼 있다. 나머지는 기타 통화로 구성된다. 외화자산의 유가증권 구성을 보면 국채가 44.9%, 정부기관채가 14.1%, 회사채가 12.9%, 자산유동화채가 10.8%, 주식이 10.4%를 차지한다. 부채는 570조7646억원으로 54조2055억원 늘어났다. 화폐 환수율 하락으로 화폐발행이 늘어나고 정부 예금 등이 증가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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