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일자리 확대의 역설…청년 실업률 '역대 최악'(종합)

  • 등록 2017-12-13 오전 11:49:26

    수정 2017-12-13 오후 4:57:28

△한 구직자가 지난달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일자리 박람회에서 채용 정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2년 전 대학을 졸업한 김백수(가상 인물)씨는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취업 준비생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기로 하면서 최근 공무원 추가 채용을 공고하자 서둘러 원서 접수를 했다.

통계청은 그런 김씨를 ‘신규 실업자’로 분류한다. 김씨가 취준생일 때는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非)경제 활동 인구로 간주했지만, 구직 활동을 한 만큼 이제는 실업자라는 것이다.

지난달 국내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공무원 채용을 대폭 늘리자 통계상 청년 실업률은 오히려 높아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 ‘사상 최고’…통계상 실업자 늘어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15~29세 청년 실업률은 9.2%로 작년 같은 달보다 1%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는 통계청이 실업자 분류 기준을 기존 1주에서 4주간 구직 활동을 한 사람으로 바꾼 1996년 6월 이후 11월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역대 11월 중 실업률이 가장 높았다는 얘기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지방직 공무원 추가 채용에 나섰기 때문이다. 김씨처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청년들이 대거 원서 접수를 하며 신규 실업자로 분류됐던 것.

통계청은 조사 기간(매달 중순 1주간)에 직장에서 일하는 취업자와 직전 한 달간 구직 활동을 했으나 취업하지 못한 실업자를 ‘경제 활동 인구’로 집계한다. 원서 접수·면접 같은 구직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면 실업자가 아니라 별도의 경제 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지난달 청년 실업자는 39만 5000명으로 작년 11월보다 4만 6000명(13.2%) 급증했다. 정부가 지난 10월 20~27일 지방직 공무원 추가 채용 원서 접수를 하면서 이처럼 비경제 활동 상태의 청년이 통계상 실업자로 잡혀서다. 10월 공무원 시험 원수 접수자 16만 4000명 중 청년은 9만 6000명에 달했다. 반면 신규 실업자로 분류된 청년이 많아지면서 지난달 취업 준비생과 구직 단념자는 각각 14개월, 11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통계 지표로 나타나지 않던 청년 실업 문제의 심각성이 공무원 시험을 계기로 드러난 것이다. 김이한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지난달 취업 준비생이 3만 1000명 줄었는데, 이들이 모두 공무원 시험에 원서 접수를 해 실업자로 집계된다면 청년 실업률이 지금보다 0.6%포인트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체감실업도 최악…5명 중 1명이 실업자

이처럼 공식 실업률이 아니더라도 열악한 청년 일자리 여건은 다른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1월 청년층 체감 실업률(고용 보조지표 3)은 21.4%로 작년 11월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동월 기준으로 관련 지표를 작성한 2015년 이후 최고치다. 체감 실업률은 취업 준비생과 주당 근로시간 36시간 미만인 청년, 구직 활동을 하진 않았지만 취업을 원하는 청년 등을 모두 실업자로 포함한 것이다. 청년 5명 중 1명꼴로 사실상의 실업자라는 뜻이다.

지난달 청년 취업자도 389만 7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 9000명(1%) 줄었다. 청년 취업자는 올해 6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다. 다만 청년 인구수도 함께 줄어들면서 청년 고용률(청년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작년과 같은 41.9%를 기록했다.

일용직 일자리 석달만에 감소 전환…저소득층도 직격탄



전반적인 일자리 상황도 별로 좋지 않다. 3분기(7~9월) 경제 성장률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 회복세를 보이지만, 민간으로까지 온기가 확산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달 국내 전체 취업자 수는 2684만 5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5만 3000명 느는 데 그쳤다. 취업자 증가 폭은 9월 31만 4000명에서 10월 27만 9000명으로 내려앉은 후 두 달 내리 30만 명 선을 밑돌고 있다.

업종별로 특히 건설업 취업자 증가 규모가 10월 대비 반 토막이 났다. 건설업 취업자는 10월에 11만 8000명 늘었으나 지난달에는 6만 8000명 증가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동향과장은 “날씨가 쌀쌀해져 일용직을 중심으로 건설 현장 일감이 줄었다”고 말했다. 임금 노동자 중 일용직은 지난달 3000명 줄며 석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저소득층이 일자리 개선 부진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고용률도 61.2%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찔끔 상승했다. 반면 실업률(3.2%)은 전년 대비 0.1%포인트 오르며 11월 기준으로는 2009년(3.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이한 과장은 “추경 집행, 수출 호조 등에 따른 고용 개선 효과에도 불구하고 건설 일자리가 조정을 받는 등 취업자 증가 폭이 둔화했다”면서 “일자리 창출 청년 등 취약 계층 취업 애로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 내년 경제 정책 방향을 수립하고 맞춤형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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