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7조원 성인용품시장 꽃 피우려면

  • 등록 2017-01-26 오전 11:31:51

    수정 2017-01-26 오후 2:38:57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외관을 뒤덮은 빨간 시트지와 하트모양 스티커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출입구. 성인용품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게 이처럼 ‘들어가기 부끄러운 곳’이었다. 이런 성인용품점이 세련된 분위기를 무기로 양지로 나오고 있다.

첫 스타트는 지난 2015년 말 홍대에 플레져랩이라는 여성전용 성인용품점이 문을 열면서다. 플래져랩의 분위기는 기존의 성인용품점과는 완전히 다르다. 화장품 등을 파는 부띠끄숍으로 오해를 할 만도 하다. 실제로 부띠끄숍으로 알고 들어왔다가 당황해 하는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여자들이 밖에서 망측하게 성인용품을 사겠어?’라는 부정적 시선과 달리 플레져랩은 문을 열자마자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월 2배 이상의 매출액 성장을 이뤄냈으며 1년도 되지 않아 강남에 2호점을 냈다. 사람들 마음속에 감춰뒀던 성에 대한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탄생한 것.

플레져랩의 성공에 이어 전국 각지에서 부띠끄샵 형태의 성인용품점이 생겨나고 있다. 독일의 유명 성인용품업체인 베아테우제도 이태원에 얼마전 문을 열었다. 온라인에서 성상담 등을 했던 성생활종합사이트 바디로는 대구와 부산에 오프라인 숍을 열었다. 일본 성인용품 업체 텐가 역시 한국에 오프라인 매장문을 연다하니 그야말로 한국 성인용품시장의 대격변기다.

성인용품시장 규모는 생각보다 크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세계 성인용품시장은 2020년까지 약 2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성인용품을 ‘저질스러운 물건’쯤으로 여긴다. 성인용품에 대한 어떠한 광고도 금지돼 있으며 유일하게 할 수 있는 통로는 SNS(소셜네트워크) 뿐이다. 심지어 미성년자도 구입할 수 있는 콘돔마저도 온라인에서는 성인인증을 해야 구입이 가능하니 한국사회가 아직 얼마나 보수적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성인용품시장은 한국에서 꽃피지 못한 최고의 블루오션 중 하나다. ‘체통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억누르고 경제적인 가치를 무시하는 건 아직 의식 수준이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음을 의미한다. 성인용품시장을 하루라도 빨리 양지로 올려 고부가가치 신사업으로 육성해야 하며, 의료용품과 같은 철저한 시장 관리를 통해 건강한 성생활도 함께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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