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기암 환자를 절망케하는 국회

  • 등록 2016-10-27 오전 10:54:18

    수정 2016-10-27 오전 10:54:18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한미약품이 개발한 폐암신약 올무티닙은 조건부 허가제를 통해 지난 5월 세상에 나왔다. 조건부 허가제는 중증 환자들에게 신속한 치료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로 3상까지 진행하는 임상시험을 2상까지 결과를 바탕으로 우선 허가해 주고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지속하는 제도다.

지난달 말 한미약품의 폐암신약 올무티닙이 임상시험 도중 사망을 포함한 부작용이 보고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안전성 확보도 안 된 약을 왜 허가해 줬냐는 것. 이런 질타는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다. 국회 복지위 소속 권미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조건부 허가로 의약품을 시판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규제완화는 제약사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위험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건부 허가는 미국, 유럽등에서도 시행하는 제도다. 올무티닙은 아무나 쓰는 약이 아니다. 기존 치료법을 다 써도 효과가 없는 말기 폐암환자가 쓰는 약이다. ‘가망이 없으니 마지막을 준비하라’는 소리를 듣던 환자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쓰는 약이다. 말기 폐암환자들은 그의 발언으로 한가닥 남은 치료기회를 잃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권 의원은 올무티닙과 관련한 중대한 이상약물반응이 29건, 사망 3건 등 32건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주장하지만 약과 관련된 부작용으로 밝혀진 것은 741명 환자 중 3명인 0.4%다. 이 세상에 ‘완벽하게’ 안전한 약은 없다. 가장 많이 쓰는 진통제 중 하나인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도 미국에서 지난 10년간 이 성분 약을 먹고 15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지금까지 조건부 허가제도는 법이 아니라 ‘고시’로 운영됐다. 최근 식약처는 ‘획기적 의약품 및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약품 개발 촉진법’ 제정안을 만들었다. 현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국회로 넘어가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고시로 운영되던 조건부 허가제를 법으로 명문화해 일정 요건을 지키지 않을 경우 조건부 허가를 취소하는 등 제도의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책에 문제가 있으면 이를 보완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게 맞는 것이지 문제가 있다고 없애자는 주장은 무책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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