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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팀 경기 혹은 K리그 경기가 있는 날도 아닌 날, 더욱이 오전 이른 시각임에도 상암 경기장이 인산인해인 이유는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와 관치금융 철폐를 요구하기 위한 은행권 총파업이 열렸기 때문이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이날 총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은 총 6만5000명(금융감독원 추산 1만8000명)으로, 전체 은행권 노조원(11만명)의 절반 이상이 참여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행사 시작 전후 지방에서 버스를 빌려 나눠 타고 온 조합원 1만5000명이 합류했다”며 “당초 전체 조합원의 80%에 달하는 약 8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사측의 강한 저지로 불가피하게 오지 못한 조합원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른 아침 비어있던 경기장 내의 7만여개의 좌석은 어느새 가득찼다. 처음에는 뜨거운 가을 햇살을 피하기 위해 각 지부별로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좌석이 가득차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노조원들이 갖가지 도구로 햇살을 가렸다.
정장 대신 가벼운 복장으로…‘투쟁모드’에 나선 은행원들
평소 같으면 단정한 정장 차림에 각자의 근무지로 출근했을 은행원들은 가벼운 반팔 티셔츠에 면바지 차림으로 속속 나타났다. 오랜만에 동료들과 만난 행원들은 총파업 시작 전 삼삼오오 모여 서로 안부 인사를 건냈지만, 모임의 성격 탓인지 얼굴엔 비장함이 서려있었다.
은행원에게 영업하는 은행원, 전화는 불통…총파업 이모저모
은행권 총파업으로 주변 상점은 때 아닌 특수를 누렸다.
월드컵경기장 내부에 있는 4~5개의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은 몰리는 고객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오전을 보냈다. 실제 기자가 한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주문하자 직원이 “40~5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데 주문을 하겠냐”고 반문할 정도였다. 편의점의 물품은 동난지 오래, 편의점 내부에는 계산을 하려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은행권 총파업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은행원들을 대상으로 ‘직장인 신용대출’ 전단지를 나눠주며 대출영업을 하는 은행원의 모습도 보였다. 일부 행원들은 그 모습에 대해 “나도 은행원이지만 이런 자리에서까지 이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눈살을 찌뿌리기도 했다.
한편 이날 총파업이 열린 월드컵 경기장은 한꺼번에 사람이 몰리자 통신망에 부하가 걸리며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전화와 인터넷이 불통이 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 참가자는 “여의도 불꽃축제 같은 엄청난 행사에서나 통신망이 불통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이런 현상을 겪으니 오늘의 총파업이 새삼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