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인천터미널 매각을 둘러싸고 신세계와 인천시의 감정의 골은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깊어졌다.
인천시가 롯데(롯데쇼핑(023530))에 인천터미널을 넘기기로 한 지난해 10월 이후 인천터미널에서 영업중인 신세계(004170)는 4차례 걸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롯데도 인천시의 입장을 옹호해 “패자의 투정과 꼼수에 불과하다”며 신세계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번 일은 재정위기에 놓인 인천시가 서둘러 인천터미널을 매각하면서 빚어진 측면이 크다.
물론 인천터미널 매각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탈출구를 찾기 힘든 구조다. 서둘러 재정위기를 벗어나려는 인천시와 15년 넘게 영업하던 백화점을 경쟁사에 빼앗길 위기에 처한 신세계, 인천 구월동을 ‘도쿄 미드타운’과 프랑스의 ‘라데팡스’와 같은 랜드마크로 키우려는 롯데가 한치의 양보 없이 자신만의 주장을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지금의 인천터미널 매각을 원점으로 돌리고 새로운 주인이 되더라도 대규모 자금조달 부담을 안게 된다. 소송 등 영업외적으로 쏟은 시간과 경영전략의 혼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은 별개로 해도 말이다. 롯데는 경쟁사의 영업기반을 흔들면서까지 몸집 불리기에 여념 없는 포식자의 이미지로 남게 된다. 인천시 또한 특혜의혹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신세계와 롯데, 인천시 모두 승자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쯤되면 감정과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 서로가 한발 양보하거나 절충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를 향해 칼날을 세우기보다는 가급적 상처를 줄이면서 명예롭게 회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절실한 때다.